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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운랑 Jul 05. 2024

아빠는 아빠 마음을 잘 모르는구나

아이 vs 남편의 대결은 아이의 승!!

둘째 아이가 2박 3일의 수련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전날 감기 기운이 있어 조퇴를 했던 터라 수련회에 가서 더 아프지는 아닐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특히, 이번 수련회는 학교의 규칙에 따라 개인 휴대폰 소지가 되지 않아서 연락이 되지 않아 걱정이 되었다. 

라떼는 휴대폰 같은 건 없었는데 그때의 엄마는 내가 수학여행을 갔을 때, 지금의 나보다 더 걱정을 했을까? 아니면 밖에 나가면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시절이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걱정거리 자체가 되지 않았을까?


하루라도 엄마, 아빠를 만나지 못했던 날이 드물었던 아이는 퇴근을 한 아빠를 만나자마자

"아빠, 나 없는 동안 나 보고 싶었지?" 질문을 시전 했다.

"아니, 너 안 보고 싶었는데."

"에잇, 거짓말 나 보고 싶었으면서..."

"아니, 하나도 안 보고 싶었는데... 오히려 조용해서 더 좋았는데."

"아니지. 곰곰이 생각해 봐. 나 보고 싶었잖아."

"아니라니까..."


'그냥 보고 싶었다고 말해 주면 될걸. 괜히 아이의 애를 태우네.'

남편은 그런 아이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가끔 저렇게 능청을 떨었다. 하지만 제법 반복되는 대화에 아이의 격양되는 목소리가 들려 혹시 아이의 마음이 상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아빠의 계속되는 거부에 아이는 아빠에게 보고 싶었다는 말을 듣는 걸 포기했나 보다.


"아빠는 아빠 마음을 잘 모르는구나. 나를 보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고 보고 싶었는 줄도 모르는 바보로구나."


우와~ 순간 깜짝 놀랐다. 

삐질 거라는 나의 예측과는 다르게 아이는 현명하게 상황을 해결해 나갔다. 오히려 남편이 당황한 것 같았다.


"진짜, 안 보고 싶었다니까."

"그래. 그럼 그런 걸로 하지 뭐."


룰루랄라 거리며 뒤돌아서는 둘째 아이의 뒷모습에서 남편을 향한 왠지 모를 통쾌함과 고소함을 느꼈다. 아무튼 솔직하지 못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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