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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특?

대학 가기 참 힘들다(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by 지니운랑

겨울방학이 끝나고 봄방학을 시작하기 전, 아이들과 선생님에겐 1년간의 학교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있다.

때로는 겨울방학을 늦게 시작하고 봄방학 없이 3월 개학을 맞이하기도 한다.


올해는 5일간의 고등학교 1년의 기간을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 기간 동안 아이는 학생부와 세부특기 사항을 살피고 수정했다. 나에게도 내용을 보내어 왔는데 수정할 곳은 없는지, 틀린 글자는 없는지 읽어봐 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읽어도 이게 좋은 내용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아온 유튜브에서는 세특의 나열식 내용은 안 좋은 거고 아이가 왜 그 내용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스토리가 있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학교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토대로 지식을 확장하는 것이 좋고 구체적이고 창의적인 활용이 좋으며 실제로 실험하거나 생활에 응용하여 연구한 내용이 있으면 더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막상 내 아이의 세특을 보고 있자니 그런 내용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구분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가 했다는 활동을 보면서도 정말 이 내용을 알고는 있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아이는 1년간을 나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았다. 그건 엄마인 내가 보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의 성적과 활동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가 되어 우위를 가린 뒤 글로 적혀야만 했다. 스스로의 만족감이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아이가 했다는 활동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이 내용을 진로에 맞춰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 내용을 차후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도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알지도 못했던 어려운 용어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그 내용들은 더더욱 알지를 못했기에 아이에게 첨언을 해 줄수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자의 문맥과 맞춤법을 수정하는 정도가 다였다.


주변에선 아이가 이런 활동을 했으니 이런 내용을 적어달라고 해도 선생님께서 안 적어주셨다는 이야기도 들렸고 괜히 수정 요청했다가 적어주신 내용도 기분 나쁘면 빼버리는 불의의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선배 엄마의 충고도 귓가에 맴돌았다. 다른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서의 트러블도 그 몸집을 부풀려 괴담처럼 떠돌아다녔다.


아.. 대학 가기가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목표는 스카이가 아니라 인서울인데 그 마저도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교과전형, 종합전형, 지역인재, 학교장 추천, 수리논술, 약술형 논술, 정시, 표준편차, 백분율, 스나이핑 지원, 우주상향과 적정과 안정, 진학사 배터리 칸수, 대학 어디가, 대학별 반영비율, 무전공 입학, 사탐런 등 알아야 하는 것도 많고 내용도 감이 잡히질 않는다.


첫째 대학 입시를 경험하고 나면 알게 되려나 했더니, 둘째는 5등급제의 고교학점제란다.

대치동 라이딩하는 지인들과 입시컨설턴트 상담을 하려고 했더니 벌써 올해는 선착순 마감이 되었다며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친구 엄마들 속에서 우리 아이는 그 정도 성적이 되지 않아요를 시전 하지만 내 마음도 갈팡질팡이다.


일단 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입시상담을 신청했다. 그것도 순식간에 선착순 마감이었다.

이번 상담에는 아이의 1학년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을 출력해서 보여드리고 아이에게 좋은 세특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여쭤보려고 한다.


대학을 보내고 나도 그게 끝이 아니다.

최종 목적지는 아이의 건강한 자립인데, 그게 어디까지인 건지 지금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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