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해 건강검진
1년에 한 번 남편 회사에서 배우자 건강검진을 해준다.
물론 남편보다는 저렴한 기본검진이지만 국가검진에 비하면 아주 훌륭한 수준이다.
차후 남편이 퇴직을 하면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건강검진일 것이다.
어느덧 나이가 40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딱히 아프지는 않지만 이상이 있는 그런 아픈 곳이 늘어났다.
당장은 약을 먹거나 치료가 필요하진 않지만 6개월 혹은 1년마다 경과를 보잖다.
건강 검진을 할 때마다 아픈 곳이 늘어나는 그 사실이 너무도 슬프다.
매 해 건강검진을 해서 좋긴 하지만
장소가 조금 멀어서, 오가는 시간과 기본검진에 추가검진시간까지 보태면 넉넉잡아 하루가 필요하다.
더욱이 요즘은 규칙적이던 생리 주기가 조금씩 변한다.
예약은 보통 몇 달 전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생리 끝나자마자 하는 것이 좋다는 여성 검진을 고려해서 예약 날짜를 잡기란 여간 고민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병원에 가면 아픈 사람들만 보이고 내 몸의 건강이 걱정되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애써 무시하며 괜찮다고 되뇌며 또 1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내곤 한다.
몸과 정신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건강검진에서 가장 힘든 검사 중 하나는 아마 대장내시경일 것이다.
밤새 관장을 하고 가는 도중에 실수할까 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리고 먹은 것도 없는데 소변을 받아오란다. 종이컵에 표시된 곳까지 받아가려면 방광을 깊숙이 쥐어 짜내야 그 양을 겨우 맞출 수가 있다.
올해도 다행히 많이 아픈 곳은 없나 보다.
건강검진이 끝나고 죽 쿠폰으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매 번 빠뜨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줄 검진센터 인근 맛집이나 간식거리를 검색한다. 낯선 동네이니 집 근처에서 흔히 먹는 간식이 아니라 다른 걸 맛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그래서 오늘의 선택은 호두가에서 여러 가지 맛의 호두를 샀다.
옛날 이웃집 친구네 아버지는 과자 신제품이 나오면 얼굴에 한가득 술을 드시고도 그 집 세 남매에게 줄 과자를 각각 검은 봉지에 한가득 사가지고 오셨다. 그리고 그 과자의 일부는 내 차지였다.
물론 우리 집 아빠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감성을 주시긴 하셨지만 그 당시 그 검은 봉지 속 친구네 아버지의 마음이 난 참 부러웠던 것 같다.
그 친구와는 참 친했고 3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연락을 하며 지내지만 그 아버지와는 그다지 접점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친구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던 것은 그때 먹은 과자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여운이 남아 지금의 나는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갈 때면 호떡, 붕어빵, 찐빵, 옥수수 혹은 그 지역의 먹거리 등의 소소한 간식거리를 자주 사서 가는 편이다. 그리고 아이들도 버릇이 들어 내가 어디라도 갔다가 집에 올 때면 "엄마 맛있는 거는?" 하며 내 손에 들려있을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 먹거리가 내가 밖에 나가서도 자기들을 생각하는 마음의 일부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기는 알까?
부디,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아서 지금보다 나이가 들어도 외출 후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아이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사서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