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새해 목표는 어전히 영어공부로 할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영어이다.
내가 가장 잘하고 싶은 과목 역시 영어이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졌던 과목도 영어였다.
중학교 1학년 A,B,C를 배운 첫날부터 난 영어가 싫었던 것 같다.
영어가 싫었고 고등학교 제2외국어 불어, 대학교 교양수업에서의 일어 역시
외워서 겨우겨우 성적을 내고 까마득히 잊어버린 걸 보면
난 언어에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어를 제일 힘들어하는 첫째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를 미안함과 이것이 유전의 승리인가? 싶은 체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만이라도 영어를 잘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안쓰러움이 있다.
알고리즘에 의해
몇 년 전 EBS 알고e즘 조승연 작가의 강의를 보게 되었다.
여러 가지 공감되는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그중 원어민 영어 발음이란?
미국 abc English 미네소타 지역, 미국 동북부 4년제 대학을 나온 40대 중년 백인 남성들만을 인간으로 여기던 시대에 쓰이던 말투라는 말에 쓴웃음이 나왔다.
내가 영어를 싫어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발음이었다.
내성적인 성향과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합쳐서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 영어를 내뱉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그 순간의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도 무섭고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게 입을 닫고 영어를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영어를 못하면 다른 것을 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마지막엔 항상 영어가 발목을 잡았다.
이제는 나도 안다.
한글의 표준어가 어릴 시절 배웠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굳이 표준말이 아니어도 대화는 통했고 어차피 사람의 말과 억양, 발음은 맞고 그른 것이 없다.
사투리를 쓴다고 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사투리를 쓰면 또 어떠한가?
머리로는 알지만 그것이 영어가 되는 순간 입을 떼기가 어려워진다.
매 해 새해 목표 속에는 영어공부가 빠짐없이 적힌다.
하지만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펴는 것을 성공한 해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제는 영어를 하고 싶은 이유도 노후에 자유로운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서로 바뀌었다.
강의를 듣고
왠지 올해는 슬슬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는 발음의 강박에서 벗어나
여행이라는 삶을 위한 도구로써의 영어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