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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하지만 솔직히 아직은 장애인이 무섭다.

by 지니운랑

나의 장애에 대한 경험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3주간의 실습동안 잠깐 마주했던 장애인복지센터.

지인 아이들 중, 선천적 청각장애와 자폐,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한 후천적 신체장애.

학교에서 일을 하면서 만나게 된 아스퍼거증후군, 선택적 함구증, ADHA 약을 처방받고 복용 중인 아이들.

1년에 1번 장애인의 날에 가는 봉사활동 몇 시간 정도가 다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늙거나 사고나 질병 후유증이 남는다면 나 역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각하고 알고 있다는 것과 직접 내가 그 상황이 된다면 그 어려움은 완전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옛날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고 집 근처에 장애인복지센터가 있어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상이 흔하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장애는 그래도 상태가 나은 쪽에 속한다.

경험과 지식이 없는 상태로 그런 분들을 마주치게 되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겁을 먹고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된다.

솔직히 신체적 장애라면 거부반응이 덜한데 정신적 장애는 너무 무서워서 감당할 자신도 없어 모르는척하거나 시선을 피하기 일쑤이다.


유치원 장애통합반을 다녔던 둘째는, 선생님께서 부탁하셔서 조금 잘해 줬더니 그 친구가 졸졸졸 뒤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행동과 말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너무 힘들고 싫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아이를 이해시키기엔 아이 나이도 어렸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그런 아이가 내 아이와 함께 한다는 사실이 걱정되고 염려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장애를 있는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있다.

가끔 만날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노라면 그 힘듦이 상상 이상이다.

친구를 위로하면서도 그 삶을 공감할 수 없는 내 삶이 미안하게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그 아이보다 딱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냥 안되고 슬펐는데 그게 인생이 되고 삶이 된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내 기분도 같이 다운이 된다.

처음엔 부정을 하고 치료를 하고 공부를 하고 훈련을 시키면 지금보다는 나이 지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일들이 아무리 해도 더 이상 나아질 확률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얼마나 많이 울었을까?


아이 성적이 떨어졌다. 학원 숙제를 안 해간다. 사춘기가 되더니 엄마 말을 안 듣는다. 같은 말들은 그 앞에선 호강에 겨운 사치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를 인정하고 장애인도 함께 사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장애인이라고 할지라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그런 사람으로 키운 엄마의 노력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친구의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무사히 컸으면 좋겠다.

내 친구가 더 이상 아이의 걱정 앞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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