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이의 <꿈꾸지않으면>
작년
입학식도 없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재현이는 비대면시대, 학교살이의 재미를 알 길이 없습니다. 운동장에서 실컷 뛰어다니고, 운동장 한쪽 끝에 있는 철봉대에 매달리거나, 모래사장에서 씨름을 하는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EBS 영상 속 선생님이었고요. 줌을 통해서 아이들을 만나고, 선생님과 대면하였습니다. 숙제도 하이클래스앱을 통해서 제출을 하고요. 피드백도 받습니다. 온전히 그렇게 1년을 보냈습니다.
재현이의 처음 학교살이는 엄마아빠에게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학교살이였습니다.
2학년인 올해는 그나마 매일 학교를 갑니다. 매일 가는 학교가 낯설수도 있어요. 작년의 경험과 다른 경험이니까요. 월화요일은 누나손을 잡고 둘이 학교에 가요. 4학년인 누나 말을 잘 듣기도 안 듣기도 하지만 두녀석이 그래도 서로 등대고 의지하는 일은 제법 잘합니다. 올해 모두들 건강해서 매일매일 학교가는 새로운 경험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재현이도 재현이반의 친구들도 모두 다 건강해야 1년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겁니다.
퇴근한 집은 시끄러웠습니다. 2학년인 재현이가 장기자랑을 노래로 골랐다고 해요. 오늘중으로 하이!클래스앱에 등록을 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아빠, 나 노래부르는 거로 정했어"
"무슨, 노래인데?"
"어, 우리가족이 좋아하는 <꿈꾸지않으면>이야"
"오호! 그렇구나. 잘 해, 임재 화이팅!"
<꿈꾸지않으면>이라는 노래는 서현이의 2학년 담임선생님이 알려주신 노래였습니다.
처음 이 노래를 배운 서현이는 집에서 하루종일, 한달내내 이 노래만 불렀네요. 겨울왕국OST를 따라부르듯이 이 노래를 따라부르니 두살 어린 재현이도 잘 알게 되었나 봅니다.
저도 이 노래가 참 좋습니다. 가끔 생각나 혼자 따라부르기도 하는데요. 신영복선생님의 글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루이 아라공의 시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가르치고 배운다는 게 학교에만 있지 않고요. 삶 전반에 늘 항상 있어서요. 가르치는자, 배우는 자 역시 따로 있지 않습니다. 가르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도 가르침을 전합니다. 아이들을 통해서 알게된 이 동요가 저를 가르친 것과 같습니다.
"재현이도 이 노래 좋아해?"
"어. 무지 좋아. 누나도 좋아하고 아빠도 좋아하고 엄마도 좋아하고 선생님도 좋아하잖아? 난 이 노래 좋아"
"그래. 잘 불렀어"
2년동안 불러대었으니 가사도 틀리지 않게 잘 기억을 합니다. 자주 부르니 커서도 기억이 나겠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이 글과 유투브에 올려놓은 영상을 보여줄겁니다. 오래 자주 불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노래 가사가 지니는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그럴 수 있겠어요.
아침에 일어나 재현이의 영상을 몇번이고 다시 돌려봅니다. 귀엽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한데요.
오늘 아침 출근길이 더 즐겁습니다.
노래가사는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길 가려한다는데요", 낯선길은 아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시작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