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여행

대학생 때 친구들과 함께 무전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무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다소 걱정이 되었다. 걸어서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과연 누군가가 먹을 것을 나눠주실까? 잠을 잘 곳은 있을까? 아니, 이것들을 잘 부탁할 수는 있을까? 그래도 확신이 들었었다. 이는 분명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떠났다.


첫날, 충청남도 어느 시골에 떨어졌다. 여행기간은 3박 4일이었기에 먼저 지도를 켠 후 목적지를 확인하고 4등분을 했다. 갈 길이 멀다. 우선 걷기 전에 점심부터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무작정 어느 마을로 들어가 집 문을 두들겨보기로 했다. 마을 길까지 들어가는데 논이 펼쳐져 있었다. 얼마만의 시골인지. 새삼 논과 하늘이 이렇게 넓었었나 싶었다. 마을 초 입구에 있는 집부터 문을 두들겼다. "안녕하세요~ 혹시 안에 누구 계세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우리끼리 안 계신가 보다 생각하고 다음집으로 옮겼다. 그렇게 한 4집을 방문했을까? 아무도 답이 없었다. 이상했다. 오후 1시쯤은 다들 일하시다가도 점심 드시러 집에 들어오시지 않나? 점점 자신감도 잃어 갔지만 배는 고프기에 계속 도전했다. 그러다 언덕 위쪽의 한 집에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아주머니도 무전여행을 하는 대학생이 낯설기도 하시고 놀라기도 하셨지만 이내 우리를 환영해 주시고 핫도그와 초코우유 초코파이, 바나나 등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 옆 마을에서 잔치를 해서 다들 그 마을로 가셨다. 그래서 집에 아무도 안 계신 거라고 말씀해 주셨고 당신께서도 그 잔치에 갈 생각이어서 식사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길을 떠났다. 목적지까지 가는 것, 저녁 식사, 잠잘 곳. 사람의 의, 식, 주중에 2가지가 충족이 안되니 생각보다 불안감이 컸다.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였기에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며 걸었다. 그러다 가야 할 길에 터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터널은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이다. 고민하다가 히치하이킹을 하기로 결정했다. 게다가 우리 인원은 8명으로, 따로따로 히치하이킹하고 같은 목적지에 도달해야 했다. 속으로 이게 될까 싶었다. 그래도 달리 방법은 없으니 히치하이킹 수신호를 보냈다. 계속해서 퇴짜를 맞았다. 당연한 결과이다. 그 누가 길가에서 사람을 태워주겠는가? 그런데 놀랍게도 차가 섰다. 우리는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목적지까지 태워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고 차에 탈 수 있었다. 그렇게 1조가 탔다. 나는 1조에 있었는데 뒤에 남은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과연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차에서 지도로 봤던 터널을 지났다. 우리 모두 절대 걸어서는 지날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차를 태워주신 분의 친절 덕분에 쉽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뒷팀이 도착했다. 친구들 말로는 바로 뒤에 차가 태워주셨다고 말했다. 심지어 차 문이 위로 열리는 아주 좋은 차였다고 말했다. 이 행색으로 타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ㅋㅋㅋ 우리가 내렸던 목적지엔 한 대학교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잠시 쉬면서 저녁과 잠잘 곳은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시 숨을 고르고 있던 차에 한 친구가 이 대학을 다니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그러곤 자취방에 우릴 재워 줄 수 있는지 부탁했다. 아주 민폐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친구도 흔쾌히 허락해 줬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친구의 동아리 선배가 우리의 저녁밥을 사주셨다. 심지어 우릴 재워준 이 친구는 우리를 위해 아침밥까지 차려주었다. 자취생이 생선까지 튀긴 진수성찬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이튿날, 셋째 날, 마지막까지 우리의 하루는 비슷했다. 걷고, 모르는 사람에게 요청하고, 밥을 얻어먹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잘 곳을 얻고. 정말 놀랍게도 끼니를 거른 적도 없고, 잘 곳이 없어 길에서 잔 적도 없다. 심지어 히치하이킹을 했을 때, 어떤 분은 갈 길이 아니신데도 불구하고 태워주시고 아이스크림까지 사주셨다. 이 무전여행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먼저, 적절한 때(시기)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밥을 구할 때나 히치하이킹을 할 때, 바로바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불안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결국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맞이했다. 전혀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나를 도와줄 누군가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전여행을 하면서 밥과 잠잘 곳을 요청하는 것이 사실은 민폐일 수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흔쾌히 선의를 베풀기 힘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와주는 분이 매번 계셨다. 그동안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남이 나를 도와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적지까지 도착한 후 기념으로 고기뷔페에 다 같이 갔다. 정말 한 푼도 쓰지 않고 여행을 마무리했다는 뿌듯함과 우릴 도와주신 분들을 향한 감사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에 든 생각들을 간직하고 우리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길, 또 그런 마음이 커지길 바라며 여행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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