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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보 Apr 30. 2024

미라클 모닝은 못해도, 공부

다채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대학교 2학년 때, 휴학을 하고 영어 학원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학원 오픈을 하고, 수업 준비를 도와주는 일이었다. 시간도 좋았고 일도 간단해서 좋았다. 

당시 공부를 위해 휴학했는데,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하면 딱 좋겠다 싶었다.


일하면서 놀랐던 점은  회화 수업이 오전 6시부터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수업을 꽤 많은 사람들이 들으러 온다는 이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저분들은 참 대단하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광인들이 아닐까 싶다. 아니, 출근 전에 수업을 듣는다고? 나라는 사람은 6시에 일어나기도 힘든데?


수업 준비를 마치고 8시까지 나만의 시간이었다. 강제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된 셈이다. 그땐 아침형 인간이라는 표현이 맞지만.

간간이 들리는 영어 회화 소음은 asmr 보다 더 좋은 자극제다. 왜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라 하는지 그때 마음 깊숙이 알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를 출산하고, 엄마들의 미라클모닝에 편승하고자  시도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주로 아이와 같이 잠을 자는데 내가 뒤척이는 소리에 아이도 눈이 떠지나 보다. 하루, 이틀.. 계속 지속되자 아이에게 '혼자 좀 있어보자!' 하며 괜히 성질부리기도 했다.

결국 2정도 하다가 포기했다. 아이가 같이 일어날 때마다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았고, 이게 뭐라고 아이에게 짜증 부리는 내 모습이 싫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추현호의 <콰이어트 모닝>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새벽 5시 전후로 일어나든, 아침 7시에 일어나든 크게 상관없다. 그보다는 일어난 그 시간부터 홀로 고요히 보내며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가가 중요하다. 아침에 혼자만의 시간을 내기 힘들다면, 낮도 좋고 저녁도 좋다. 콰이어트 모닝의 방점은, 굳이 찍어보자면 '콰이어트'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만의 집중 시간을 찾았다. 아이가 저녁 9시쯤 잠이 들면 그 고요한 거실소중하고 좋았다.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의 욕심을 펼칠 수 있다.

영어와 경제 공부도 짬짬이 하고 싶고,  읽고 글도 쓰고... 나열하다 보니 많이 하는 것 같지만 그리 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경제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1시간이 더 늘어나기도 하고, 글만 주야장천 때도 있다. 중간중간 남편이 퇴근하면 대화도 하고, 야식도 먹고... 되도록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다. 계획적인 성격이 아닌지라 내일 하자 하고 넘어간 적도 많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은 밤새 웹툰 보며 낄낄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한다는 점이다.

습관이 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하게 되고, 매일 의자에 앉게 된다. 전날 푹 쉬었다면 다음 날2배로 하여 한 주의 목표를 채웠다.

습관을 만들기에 좋은 방법을 추천하자면 공부 메이트가 있으면 월하다.

영어 공부는 H양과 함께 하고 있다.

경제기사는 주로 혼자 하지만 주 1회는 친구들과(남편들까지) 공유하기 좋은 기사를 올린다. 

글 쓰기는 브런치와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남편이 지켜보고 있다. 나에게 칭찬과 격려는 꼭 필요한 양분이기에 남편 내가 시들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달콤한 영양분 공급해 준다.


이렇게 공부를 꾸준히 하려는 이유는 내 안의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서이다.

 무채색 어울리는 아주 무난한 사람이다.

오늘 하루의 공부가 쌓이고 쌓여 나를 다양한 색으로 덧칠해 다채로운 사람이, 색이 진한 사람이 되고 싶. 무난함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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