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온전한 나를 좋아할 사람이 없다고 믿어왔다.
유치원 시절, “나는 하기 싫어”라는 말 한마디에 친구들을 잃고 혼자가 되었던 기억은 내 안에 깊게 남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모난 부분을 감추고,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동그라미가 되기 위해 나를 깎아내려 왔다.
하지만 아무리 깎아도 완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돌처럼 단단했던 내 마음은 부서지고, 작은 알갱이로 흩어졌다.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어 웃음을 지어도, 누군가에게 “넌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어도, 내 안은 공허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린 채 그저 형태만 유지하는 돌조각이었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나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내 곁의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았다. 내가 동그랗다고 부러워하던 친구들조차도 자신의 흠집과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내가 자책하며 “나는 왜 이럴까”라고 움츠릴 때, 그들은 “나도 그랬어. 우리 모두 같아.”라고 말해주었다. 그 한마디가 내 안의 깊은 금을 메우는 듯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돌담을 이루는 돌들은 제각각이다.
매끈한 돌만 모아놓으면 금세 무너져내리지만, 모양이 다른 돌들이 맞물려야 단단히 선다. 나는 이제 알았다. 내가 그토록 숨기고 싶었던 울퉁불퉁한 모서리들이, 사실은 다른 이들과 맞닿을 수 있는 접점이었음을. 나의 흠집은 부끄러운 상처가 아니라, 누군가를 붙잡아 줄 수 있는 틈이었음을.
가족, 친구들, 그리고 스쳐 지나간 수많은 인연들이 각자의 모양으로 내 곁에 서 주었다. 어떤 이는 내 모난 마음을 감싸주었고, 또 다른 이는 내가 지친 자리에 기대어 쉴 수 있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그들의 다정한 틈새에서 나는 조금씩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로 다듬어졌다. 더 이상 동그라미를 꿈꾸지 않아도, 나는 나답게 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그라미는 아름답다.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완벽함은 결국 혼자여야만 가능한 것이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매끈한 표면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기대어 설 자리는 되지 못한다.
나는 이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기를 멈췄다. 대신 울퉁불퉁한 나의 모양을 인정하며, 곁의 사람들과 함께 돌담을 쌓아가고 있다. 누군가의 빈틈을 내가 채워주고, 나의 흠집을 다른 이의 따뜻함이 감싸준다. 그렇게 서로에게 기댄 우리는 흔들려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나의 형태를 찾고 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내일은 조금 더 누군가와 잘 맞물릴 수 있는 모습으로. 불완전한 나와 불완전한 사람들이 모여 이루는 돌담 속에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온전한 나를 좋아해 줄 사람은 이제 찾지 않아도 된다.
이미 내 곁에는, 불완전한 나를 함께 살아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과 함께 쌓아 올린 돌담이, 나 자신을 가장 온전히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