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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돌이라 괜찮아!

by 돌담

나는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섞인, 완벽하지 않은 모양의 돌이다.
새 직장에 와서도 그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회의 자리에서 습관처럼 “괜찮아요.”라는 말을 먼저 꺼냈고, 일이 몰려도 상대의 짐을 내가 대신 짊어지는 게 익숙했다.

그런데 달라진 게 있었다.
내가 “괜찮다”고 말한 뒤, 누군가는 물어왔다.
“선생님은 정말 괜찮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예전 같았으면 흘려들었을 말인데, 그 따뜻한 눈빛이 오래 남았다. 내 모양 그대로를 허락받는 듯한 안도감이 번졌다.


얼마 전 행사에서였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자 긴장한 탓에 말이 자꾸 꼬였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나는 왜 이 모양일까”라는 자책이 머리를 짓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청중 속에서 몇몇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괜찮다”는 듯한 표정이 나를 붙잡아주었다.

행사 뒤에는 동료들이 내가 놓친 부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어요.”라는 짧은 말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완벽해야만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는, 그 순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 울퉁불퉁한 모습은 혼자 감당해야 할 결핍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함께 완성될 수 있는 모양이라는 것을.


퇴근길, 돌담 앞에 멈췄다. 담을 이루는 돌들은 제각각이었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돌은 드물었고, 대부분은 불규칙했다. 그러나 그 울퉁불퉁한 모양들이 서로의 빈틈을 메우며 단단히 서 있었다.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튼튼한 울타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모난 돌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양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내 곁에는 나의 빈틈을 채워주는 사람들과, 그들의 흠집을 감싸주며 함께 버티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혼자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는 대신, 울퉁불퉁한 우리들이 모여 단단한 돌담이 되는 것. 그 안에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서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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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