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과 선생들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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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능날이라고 합니다.
저는 성인이 되고 나서 몇 년 전에 시험 삼아 수능을 본 적이 있지만, 최근에는 신경을 쓰지는 않습니다.
길을 가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어요.
교복을 입은 학생 3명이서 학생 하나를 괴롭히고 있더군요. 그것도 학교 교문 앞에서요.
병원에 의사 선생님께 부탁을 드릴 일이 있어서 직접 만나서 부탁을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보게 되었습니다.
교문 맞은편에 벤치가 있더군요. 30분 정도를 지켜봤어요. 그런데 저만 지켜보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 남자 선생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무슨 과목 선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타깃이 된 학생을 툭툭 치다가 무기가 될만한 둔기로 패더군요.
달려가지 않으면 아이가 죽지는 않아도 많이 다칠 것 같았고, 선생은 그 순간 고개를 돌려서 모른 척하더군요.
제가 선생한테 소리쳤어요.
당신 이 학교 선생 아니야?
이러니 저한테 이러더군요.
맞는데, 왜?
그래서 이렇게 말했어요.
이 선생새끼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안 보여?
그러고서는 저한테 상관 말라는 식으로 쌍욕을 하더군요. 일단 아이를 살려야 할 것 같았어요. 다행히 제가 백팩을 메고 있었고, 경찰에 신고를 먼저 했어요. 그리고 경찰에 신고할 때 지금 애가 맞고 있어서 119도 같이 오게 해달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폭행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만해"라고 외친 다음에 기다렸어요. 이유가 있었어요.
먼저 쟤들이 저를 때려야 저도 때릴 수 있다는 거?
오른팔은 제가 써야 하니까 둔기로 왼팔하고 왼다리를 세 사람한테 다 맞았는데, 다행히 뼈에 맞지 않았고 외투가 두꺼워서 다치지는 않았어요. 선생이 계속 쳐다보고 있고, 경찰차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데 조금 걸릴 것 같더군요. 그래서 그냥 외쳤어요.
지금부터 정당방위에 의한 자기 방어하겠습니다.
솔직히 제가 힘이 센 것도 아닌데, 그냥 학교폭력이라는 것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손으로 뺨과 뒤통수만 때렸습니다. 이상하게 손바닥이 잘 들어가더군요.
전설의 17대 1은 아니지만 3대 1로 붙는 게 쉽지는 않더군요. 체격이 저보다 큰 학생도 하나 있었고, 발로 저를 차려고 하니까 제가 팔로 다리를 잡아서 다리를 접어버렸어요. 관절이 가동되는 범위랑 반대로 꺾어서 탈구를 시켰다고 해야 할까요?
저도 지쳐서 팔이 풀려가는데 경찰분 두 분이 다행히 오셨고 맞던 아이는 병원에 잘 갔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았어요.
다행히 주변에 CCTV가 있어서 상황이 다 녹화되어 있었고, 3명이 먼저 다 저를 때린 게 찍혔더군요.
저하고, 그 3명 하고 선생은 경찰이 오니까 도망가다가 경찰이 동행하자고 해서 같이 가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휴대폰번호 하나만 남기고 그냥 집에 가라고 하시더군요. 경찰분께서 저한테 이러시더군요.
요즘 애들 워낙 무서우니까 가급적이면 그냥 신고하고 기다리세요.
아마 성인들끼리 패싸움이면 저도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학교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라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저는 가해자 3명도 정말 나쁜 자식들이지만, 방관자였던 그 선생이 더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흉기라고 봐도 될 만큼의 둔기가 들려있는데, 그걸 막거나 신고할 생각도 안 하고, 뒤돌아서 모른 척을 하고 그리고 구경을 한다니 이게 무슨...... 월급 받고 선생질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그런데 저는 이미 고등학교 때 경험해 봐서 그렇게 놀랍지도 않습니다.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앞으로 그러지 말라고......
그런데 아이 하나 살았으면 된 거라고......
경찰 분이 아이는 뼈가 좀 다쳐서 수술을 했다고 하더군요. 생명에는 다행히 지장이 없다고 했어요. 경찰분께서 피해자 아이 부모님이 저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하셔서 그냥 알려주지 마시라고 했어요.
처음에 그 학생을 봤을 때 감정이 너무 복잡했어요.
저는 지금 결혼을 하지도 않았지만, 만약에 내 아이가 학교에서 저런 일을 나처럼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고민들이 먼저 생기더군요.
정말 호신용품이라도 들려서 학교에 보내야 하는 건가?
그리고 선생들은 믿을 수 있는 건가?
나한테 가해를 한 선생은 지금도 잘 먹고 잘살고,
심지어 그 선생은 나한테 굉장히 자애로운 선생으로 포장까지 하고,
아는 지역 경찰을 이용해서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미루고 미뤄서,
지금은 과거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살고 있는데?
제가 공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고, 세상을 밝히는 구원자도 아니고, 필요 없는 생각이 많아지는데, 특히 학교폭력에 관해서는 도저히 용서도 안되고, 왜 제가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내가 몇 대 맞고, 학생 하나 괜찮아졌구나
생각하고 끝내면 될 일을 저는 아직도 과거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고, 똑같이 행동을 하고 있는데, 이제 나이가 더 들면 저도 힘에 부칠테고, 안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 당장 그 광경을 보는 게 괴롭고, 그래서 행동이 앞서게 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는 저런 광경을 보기 싫어서 길을 걸어갈 때에도 가급적이면 학교 옆으로는 안 지나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병원을 다녀오는데 지나가지 않을 수가 없어서 지나왔는데요.
이것도 이사를 가면 좀 나아지겠지요?
이사를 갈 곳이랑 학교들이랑은 거리가 좀 있거든요.
하여튼 공부를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나서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적어봤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대부분 성인이실 텐데, 선생님도 있으신 걸로 알고 있고...... 제가 이거 하나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아주 잘 아는 수학선생도 항상 학교폭력은 초강경 대응으로서 학생하고 정말 맞서면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퇴학을 시킬 만큼 가만히 놔두지 않더군요. 과거에도 지금도 제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초강경대응을 하지 않으면 학교폭력은 절대로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초강경대응은
선생보고 학생한테 보복성 혹은 어떤 형태의 신체적 체벌을 가하라는 게 아니라,
제가 아주 잘 아는 수학선생처럼 서류상으로 어떻게 해서든 기록을 남기고,
교칙이나 교칙을 넘어서서 법적인 조치를 취하고,
폭력을 저지른 그 순간부터
가해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일일이 통제하고 제재를 해도,
겨우 막아지는 게 학교폭력이라는 겁니다.
미성년자라고 '애들끼리'라는 말이 시작되면,
다시 무한반복되는 게 학교폭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