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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썬구리 Apr 25. 2024

생산적인 취미를 찾는다면? 국궁에서 쓰이는 장비설명

[개처럼 벌어서 선비처럼 쏜다] 4일차

1. 활

 우리의 활은 각궁, 죽궁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요즘은 각궁과 개량궁 2개만이 널리 쓰인다. 각궁은 뿔 각角을 써서 각궁이다. 나무, 어교 등의 재료로 만든 활에 뿔을 대서 탄성을 좋게 만든 전통활이다. 각궁을 만드는 기술은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각궁은 한국 고유의 활로써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각궁은 활을 부리고 얹는 과정에서 상당한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멋대로 다루었다가는 활이 뒤집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더군다나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기에 사용하기 상당히 어려운 활이기도하다.


출처: 국가유산포털 국가무형유산 활쏘기


 그래서 70년대 카본섬유 등의 신소재를 이용하여 개발된 활이 개량궁이다. 현재 국궁인의 대부분이 쓰는 활이다. 개량궁의 가격은 대한궁도협회에서 제시하는 공인가인 25~30만원 선이다. 처음 입문할 때부터 살 필요는 전혀 없다.

 애초에 처음 활쏘는 사람은 힘이 약해서 제대로 된 활을 쓰지 못한다. 그래서 충분히 연습한 다음 지도해주시는 사범님의 조언에 따라 구매하면 된다. 대부분의 활터는 연습용활을 구비하고 있다.


 참고로, 국궁장에 등록하지 않고 멋대로 활을 사다가 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정해진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활을 쏘다가는 본인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늘어서있는 개량궁과 개량화살. 카본소재 등으로 만들어 전천후 사용가능하며 뒤집히지도 않는다.


2. 화살

 화살 역시 전통화살 '죽시' 가 있다. 잘 말린 시누대에 꿩깃 등을 붙여 만든다. 죽시를 만드는 기술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활, '궁'을 만드는 기술과 화살, '시' 를 만드는 기술을 합쳐 궁시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각궁의 사용이 줄어든 요즘은 값이 싼 '개량시'(개량화살)이 널리 쓰인다. 탄성이 좋은 카본소재로 만든 화살이다. 개량시는 1발에 1만원대 정도인데, 한번 사면 수백회 사용가능하다. 보통 2~3순(10~15발)을 구매해서 쓰는 편이다. 화살 역시 초보자는 바로 살 필요가 없다. 특히 화살은 자기 몸에 맞는 길이와 무게를 꼼꼼히 따져서 구매해야한다. 충분히 활쏘기를 연습해본 다음, 사범님의 지도에 맞게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나전으로 꾸민 화살과 소뼈로 만든 화살. 청주죽시 양태현 장인의 작품.


3. 깍지와 보호대

 우리나라의 활쏘기에서는 양궁과 달리 엄지손가락 하나만을 가지고 활을 당긴다. 그런데 맨 손으로 당기면 손가락이 크게 다칠 염려가 있다. 그래서 엄지손가락을 보호하기 위해 '깍지'라고 하는 용구를 착용한다. 깍지에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다. 깍지에 장식을 해서 멋을 내기도 한다.


국궁의 쏘는 폼. 세손가락으로 당기는건 양궁의 자세이다. 가장 오른쪽 자세가 국궁의 모습.
다양한 재질의 깍지. 반지처럼 찬다.


4. 궁대

 허리에 매는 띠이다. 화살을 꽂아넣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현대 국궁에서는 활과 화살만큼이나 필수적인 장비이다. 소속과 이름을 적은 궁대를 제작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소속된 곳에서 지급해준다.


 활쏘기는 비교적 갖출 장비의 수가 적다. 필수적인건 활과 화살, 그리고 깍지랑 궁대 정도이다. 욕심내자면 보다 이쁘게 꾸며진 장비를 갖출 수도 있다. 종종 사람들은 그마저도 비싸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휴대폰을 사는데 100만원, 옷을 사는데 10만원을 기꺼이 쓴다! 심지어 1~2년이 지나면 '최신형 스마트폰'이 나왔다면서, 또는 '유행에 뒤쳐졌다'면서 새로운 소비를 기꺼이 한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활쏘기는 아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결코 비싸지 않다!



 현대인들은 '반짝'하는 소비에 열광한다. 그런 소비는 진짜로 스트레스를 줄여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싼 식사는 다 먹고나면 끝이다. 최신식 스마트폰은 더 나은 스마트폰이 나오면 끝이다. 소비는 결국 다 써버리는 때가 있어서 나에게 무한히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결국 다시 소비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게된다.


 이 무한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한다. 그 누구도 뺏을 수 없는 튼튼한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활쏘기는 아주 생산적인 취미이다. 성장하는 스스로에게서 재미를 느낀다. 활이 안맞을 때에는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으면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활쏘기야말로 100년 넘게 쏴도 다 소진되지 않는 무한한 샘. 그 샘에서 반성하기도, 희열감을 느끼기도, 성장하기도 하면서 '탄탄한' 자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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