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는 전쟁을 위한 무예이기도 하지만, 한량들의 풍류생활이기도 했다. 상상해보라. 물소리 새소리 가득한 산 속, 고요한 가운데 온 정신을 몰입하여 활을 쏘는 장면. 1초, 2초, 3...초! 순식간에 날라간 화살이 과녁을 '탕' 하고 맞는 순간! 정말 한량의 스포츠에 적합하지 않은가?
운치가 가득한 활쏘기, 같이 즐기기 좋은 풍류생활을 몇개 소개해본다.
1. 차마시기
필자는 종종 활터에 차도구를 챙겨간다. 오래 우려도 되는 꽃차같은 경우, 물을 부어둔 다음 활을 쏘고 오면 맛있게 우러나져 있다. 활을 쏘고 차 한 잔하다보면, 그냥 쏠 때보다 더욱 마음이 차분해진다.
더군다나 차는 대화의 매개체로써 아주 훌륭하다. 선배 사원분들에게 차 한잔 내어드리면 '겸손한 청년'이라며 칭찬도 듣고, 대화나누며 친해질 수도 있으니 좋지 않을 수 없다.
2. 독서
활터에서는 책이 술술 읽힌다. 자극이 가득한 요즘 사회에 비해 고요한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니 당연지사일지도 모르겠다. 활쏘는 날은 책 한권 읽는 날이라고 정해두고 꼬박꼬박 지켜나가고 있는데, 이거야말로 책도 읽고 운동도 하는 일석이조가 아닐까?
특히 활쏘기는 '동진동퇴'의 규칙이 있다. 다같이 쏘러가서 다같이 물러난다는 규칙이다.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생긴 규칙이다. 그래서 자기가 원한다고 활을 마구 쏠 수 없다. 3~5분 정도 다같이 쏜 다음, 10~30분 정도 쉬다가 또 다같이 쏘는 식이다. 그래서 활터에서는 활을 쏘는 시간보다 휴식하는 시간이 많다. 책을 읽는다면 그 시간을 더욱 알차게 활용하는 셈이다.
소비나 폭식처럼 단시간에 도파민을 채워주는 여가활동도 많이 있다.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보니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는, 그런 자극적인 여가활동에 도취될 수 밖에 없다. 활쏘기는 당장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여가활동은 아니다. 그러나 차근차근 우리 삶에 한 축으로 자리잡으며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생산적인 여가활동이다.
접근성도 생각보다 훌륭하다. 전국 400곳의 활터가 있다. 활을 쏘다보면 '스스로 이루었다'는 자기효능감이 서서히 생기는데, 이게 정말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조금 내어 활쏘기를 즐겨보자. 우리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