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유달리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인식이 있다. 올림픽 양궁종목은 언제나 한국인이 제패하고 있다. 괜히 우리가 스스로를 '주몽의 후예'라고 칭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양궁은 유럽에서 유래된 활쏘기이다.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양궁과 아주 다르다. 각궁과 죽시 등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활화살을 사용한다. 쏘는 방법과 자세도 양궁과는 차이가 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국가무형유산 '활쏘기' 4유형 공정이용
활쏘기의 유래
조선시대에서 활쏘기는 선비부터 무관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행해졌다. 그러나 일제 때 조선인의 활쏘기가 금지되면서 활문화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더불어 목궁, 죽궁 등 우리나라의 전통활을 제작하는 기술도 실전된다.
현대에는 '대한궁도협회'를 중심으로 활쏘기가 행해지고 있다. 협회는 145m 거리에 특정 크기의 과녁을 세워서 맞추는 경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활터 대부분이 그 방법을 따르고 있다. 어떤 이는 이 방법이 선비들의 활쏘기에서 유래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선의 군대나 민간에서 하던 활쏘기를 복원·전승하려는 단체도 있다.
과녁의 모습. 145m이다.
군용사법이랑 민간사법, 선비들의 사법은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활쏘기 배우기
활을 쏘려면 충분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 도로변에다 과녁을 두고 활을 쏠 수는 없다. 활을 쏘기 위한 시설을 활터라고 한다. 요즘은 시에서 운영하면서 상시개방해두는 곳도 많다. 하지만 보통은 '○○정' 이라고 불리는 스포츠클럽에서 활터를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국에는 400곳의 정이 있으므로, 집 근처 가까운 정에 가서 활을 쏘자.
가입하고 나면 해당 정의 사범님이 레슨을 해준다. 보통 가입비(입정비)를 내기 때문에, 레슨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일은 적다. 가입비는 2~30만원 정도가 평균이다. 1회만 내면 된다. 월회비도 있는데 월 2~3만원 수준이다. 물론 활터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다.
활쏘기는 상당한 힘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강한 활에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 무리하게 강한 활을 당기다가 다칠 수 있다. 약한 활을 당기며 차근차근 근육을 기르는 연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은 실력있는 분이 사범을 맡아 활쏘기를 알려주시니, 연습과정에 대한 부담감은 제쳐두어도 좋다. 필자 역시 어깨부상에도 불구하고 잘만 쏘고 있다.
사정예법
활터는 헬스장이나 복싱도장처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만드는 시민공동체이다. 따라서 사람들끼리 약속하고 지키는 '활쏘기의 예절'이 있다. 특히 활은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숙지하자.
활은 무기다 무기!!!
알아두면 좋을 활쏘기 상식
1. 활터에 입문할 때 장비를 사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사도 못 당긴다. 사범님의 지도를 받고, 몸에 맞는 활을 사자.
2. 활쏘기에 필요한 장비는 활과 화살, 그리고 깍지와 가죽보호대(권장)가 필요하다. 깍지는 엄지손가락에 끼는 반지모양의 장비이다. 여기에 현을 걸어 화살을 당긴다. 없으면 힘도 더 들고 손가락이 다치기도 쉽다.
3. 우리 전통활쏘기는 양궁과 아예 다르다.
4. 다른 사람의 활을 만지지 말자. 기본예의이다.
5. 사업자가 아닌 시민 공동체이다. 이 점을 염두해두면 좋다.
6.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은 편이라서, 집근처 정이 여러군데라면 한번씩 가보고 결정해보자. 젊은 사람들하고 잘 안맞는 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