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담'동인의 탄생

창간호 출판기념회의 여운

by 아나스타샤

시립도서관에 도착할 때쯤 차 유리에 빗방울이 내려앉았다. 전날 세차를 했음에도 내리는 빗방울마저 밉지 않은 날이었다.


지난해 시립도서관 1인 1 책 쓰기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한 해 동안 프로그램에 참여해 처음으로 에세이 출간 경험을 했다. 책을 펴낸 기쁨도 잠시, 나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길 잃은 아이처럼 막막했다. '이제 뭘 하면 되지?' 지금껏 글쓰기의 여정이 길지 않았던 나는 혼자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을게 뻔했고, '꾸준히'라는 단어는 책장 뒤편 어딘가에 처박힐게 분명했다.


누군가와 함께하며 성장하길 원했지만 실행력이 뒤따르지 않았다. 품에 않은 에세이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을 즈음 나에게 먼저 연락해 온 이가 있었다. 시립도서관에서 함께 1인 1 책 쓰기를 했던 13인 중에 한 사람인 은진작가였다. 조심스러운 말투로 1인 1 책 쓰기에서 만난 인연들과 글쓰기를 이어갔으면 한다는 제안이었다. 그 사이 자신은 타 지역(시립도서관에서 100km가량 떨어진 지역)으로 이사했지만, 글쓰기를 위해 먼 거리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글에 대한 은진작가의 진심 어린 사랑은 퍼져나갔고, 13인 중에 9명이 글쓰기 활동을 함께 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렇게 글쓰기에 대한 갈증으로 모인 9인은 글을 쓰고 나누는 과정을 이어갔다. 오지랖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그다지 외향적인 이미지는 아닌 은진작가의 용기로 마음이 모인 것에 감사했다. 글쓰기에 대한 진정성은 신생 동아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었다.


우리는 글쓰기를 위해 한 달에 한번 만났다. 두 시간 남짓, 다소 빠듯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정성을 다해 각자의 글을 나눈다. 각자의 색깔은 있지만 낮출 줄 알았으며, 묵묵히 서로를 도왔다. 단톡방에는 때가 되면 잊지 않고 독서 나눔과 글을 올릴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는 작가들이 함께였다. 직선적이고 노골적이지 않게 예의를 갖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서로의 간격을 유지했다. 시간 동안 우리는 글 안에서 글쓴이를 느끼고 들여다보았다. 때론 글쓰기에 대한 목마름을 나누었지만, 상대를 향한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긍정의 힘을 주고받았다. 글로 스미는 관계는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경험이 적었던 동아리 회원들에게 동인지 출판에 대한 정보를 물어온 제비 역시 은진작가였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동인지 출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설레고 즐거웠다. 은진작가는 매달 100km를 달려와 회장으로서의 책임과 동인에 대한 애정을 다했다.


모두의 시간과 정성이 쌓여 동인 '글담'이 탄생했고, 드디어 글담동인지 창간호 출판기념회를 맞았다. 지난해 에세이를 낼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글동무가 있어 행복했다. 가족, 지인들과 함께한 출판기념회는 조촐할 것 같았지만 풍성한 잔치였다. 모두 진심 어린 감사와 축하를 전하는 자리였다!


출판기념회 때 동인 각자의 입으로 전하는 출판소감은 내 마음의 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날 동인들의 이야기는 귀가 아닌 심장으로 들려왔다.


동인지 출판기념회의 기쁨과 벅찬 마음이 사그라드는 게 아쉬워 집에 오자마자 노트북을 펼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늘 다른 일상이 치고 들어온다. 변수로 작용한 일상에 바사삭 깨질 것만 같았던 출판기념회 여운은 그대로 남아 있다. 느리더라도 그리고 늦더라도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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