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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로 May 27. 2024

햄버거

엄마가 햄버거 살 돈 없다고 말했잖아

 그 말이 그렇게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엄마가 눈물을 글썽이며 하던 말.

 오죽하면 저렇게 말했을까.


 그렇게 보고 겪고 느꼈지만 엄마가 돈 없다고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로 들려 장난기 어리게 졸랐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돈이 없었구나. 그 3천 원이.


 엄마는 두 번째 일터로 출근하며 천 원짜리 하나를 내 머리맡에 놨다.


 내가 엄마를 화나게 했다.

 죄책감이 들어 그날은 그 천 원을 쓰지 못했다.


 



 집에 돈이 없어도 그럭저럭 대학은 다닐 수 있었다.


 나라에서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대출로 나왔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교재를 사거나 밥을 먹는 것은 대충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20살은 빚과 함께 시작했다.


 그래도 용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없는 상황임을 너무 잘 알기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서빙 알바였다.


 일은 나름대로 재미있었고, 돈까지 벌 수 있는데다가 일이 바빠 시간도 빨리 갔다.

 수업시간에도 얼른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통장에 찍힌 첫 월급.

 아버지는 월급이 얼마나 나왔냐고 물어보셨고 받은 월급의 반을 그날 밤 술에 취해 가져가셨다.


 아버지는 내가 이제 돈을 벌어올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나 보였다.


 일단 술부터 먹고 나서 낼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에게 전화를 했고, 술 값이 없으니 빨리 돈을 보내라는 재촉에 일을 하다 말고 화장실 좀 다녀온다고 한 뒤 돈을 이체하는 일이 잦아졌다.


  아르바이트가 바빠 휴대폰을 보지 못하는 날은 술에 취한 채 매장으로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그 꼴을 보기가 싫어 아르바이트 중에도 밤이 되면 내 신경은 온통 휴대폰의 진동에 가 있었다.


 자식을 낳아 길렀으니, 자식에게 술 값 정도는 얻는 게 당연하다는 아버지의 말.


 그 말에 동의하든 안하든 안 주면 집안이 시끄러워지니 그냥 나는 번 돈을 아버지에게 드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버지는 내가 한 시간 일하면 얼마를 버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풀타임으로 전환했다.




 퇴근을 하고 나면 24시간 영업하는 햄버거집에 가서 혼자 햄버거 세트를 시켜 먹는 게 내 하루의 낙이었다.


 늦은 시간이라 홀의 반은 불을 꺼놓고 의자마저 테이블에 올려놓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그 분위기를 조롱하듯 밝은 배경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기름냄새가 풍겨오는 곳.


 아버지한테 그렇게 돈을 드려도 햄버거 한 개 사 먹을 돈은 남는데,

 아이가 먹고 싶다는 3천 원짜리 햄버거를 사줄 돈이 진짜 없는 여자의 마음을 되뇌어 본다.


 이게 이렇게 사 먹기 쉬운 음식이었나.

 돈을 벌면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


 근데 아버지가 가져간 돈이면 이 햄버거를 삼시 세 끼로 몇 달은 넘게 먹을 수 있다.


 케첩이 모자랐다.


 "케첩 하나만 더 주세요"


 케첩을 건네는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이 어둡다.


 "맛있게 드세요"


 케첩을 맛있게 먹으라는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나요.

 제가 일하는 곳에 와서 식사하세요. 우리, 가끔은 쉽시다.


 얼른 낮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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