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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로 May 13. 2024

돼지 두루치기

걸레 같은 맛이 났던 돼지 두루치기

 "이 핸드폰 주인이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는데요, 집으로 등록된 게 이 연락처라서"


한가한 주말 오후, 집으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대낮에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린 엄마. 출근한 게 아니었나. 거짓말을 치기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던 나는 어디서 걸려온 전화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사실대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동안 분노에 가득 찬 아버지의 욕설을 듣고 있자, 만취한 엄마가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주먹부터 나갔지만 이미 인사불성인 엄마는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푹, 하고 계속 고꾸라졌다.


 왜 때리는 걸까.

 출근했다고 한 사람이 일을 하지 않고 술에 취한 상태로 집에 도착한 게 화가 나는 걸까, 근데 그게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사람을 팰 일인가.


 하지 말라고 그만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아버지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 대 맞은 나는 무서워서 더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비겁했다.


 그래도 이대로 그냥 두면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평상시엔 연락한 적 없던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도 말하지 않고 빨리 와달라고 말했다.


 뭔가를 직감했는지 외삼촌은 사색이 된 얼굴로 집에 도착했다. 아직도 인사불성인 엄마는 방바닥에 뻗어 숨만 쉬고 있고, 아버지는 힘에 부쳐 씩씩거리며 듣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욕을 하고 있는 광경.


 외삼촌은 부랴부랴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나서 나와 아버지를 데리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돼지 두루치기와 소주가 한병 나왔다.

 시큼한 냄새. 지금 이 세 명의 목구멍으로 음식이 넘어갈까.


자네도 한잔 하소,


 아버지의 권유에 외삼촌은 무릎을 꿇은 상태로 운전을 해야 해서요, 하며 정중하게 거절했다.


 아, 아버지는 배가 고팠구나.


 "저 년이 요새 돈 좀 벌어온다고 제멋대로 지랄을 허고 다녀, 내가 저 걸레 같은 년 대낮부터 낮거리 하고 다닐 줄 알았당게"


 아버지는 본인의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그 ‘걸레 같은 년’의 동생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순간 팅, 하는 느낌과 함께 앞이 아득해지는 게 느껴졌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심심해서 자고 있는 아버지의 핸드폰을 본 적이 있다.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이 막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라 신기해서 사진도 찍어보고 했다. 잘 찍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사진첩에는 여자의 성기 사진이 여러 각도로 찍혀 있었다.


 그냥 본능적으로, 모르는 여자의 사진임을 알았다. 속이 부대꼈다. 이 느낌은 뭘까


 만진 적 없는 것처럼 내가 찍은 사진을 모두 지우고 핸드폰을 제자리에 두었다. 그리고는 내 방으로 돌아와 눈을 감고 누웠다.

 잊어버리고 싶다.

 불쾌하다.


 예전의 그 버릇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와 엄마는 결혼을 하기는 했다. 둘이 사랑을 했는지 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둘 사이는 부부였다.


 애초에 엄마가 돈을 벌어온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나가서 다른 놈과 붙어먹으려고 작정을 했다는 둥 하는 이유였다.


 아버지가 살아온 삶은 그런 삶이었다. 그랬기에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자기 같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고추장 맛 밖에 나지 않는 두루치기를 몇 점 집어 먹고 젓가락을 내려 놨다.


 이미 반은 없어진 두루치기. 아버지는 이미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 혀가 꼬인 상태였다.

 

"아빠는 걸레 아니야?"


 아버지의 말을 툭 끊고 나도 모르게 나온 말.


 술에 취해 초점이 잘 잡히지 않는 아버지의 눈에 살기가 비쳤다. 놀라 굳어버린 외삼촌도 흐릿하게 보였다. 이상하게도 시야가 좁아지는 것 같았다.


"핸드폰 보니까 어떤 여자 거기 사진 있던데 그럼 아빠는 걸레 아니야?"


 순식간에 식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손에 집히는 것은 다 집어던지려고 하는 아버지, 말리는 외삼촌과 식당 주인아주머니.


 자꾸 다시 한번 말해보라고 하며 나에게 달려들려고 하는 아버지를 쳐다보며 속엣말을 쏟아내는 나에게 외삼촌은 아버지를 가로막으며 제발 좀 그만하라고, 부모님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며 소리쳤다.


 식당 아주머니가 얼른 경찰에 신고하기를 바랐다. 불쌍하지만 외삼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차피 이 맛없는 두루치기도 엄마가 번 돈으로 낼 거잖아!"


 눈물을 질질 흘리며 말하는 나의 목소리가 듣기 싫을 정도로 떨렸다.


 안면 근육을 제어할 수가 없어서 내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된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두려움에 방금 몇 점 집어먹은 두루치기가 도로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래도 말해야만 했다.


 걸레 같은 두루치기. 이런 걸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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