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자신의 똥을 밟지 않는다.
AI 가 사람을 대체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웹사이트를 찾아본 적이 있었다.
신경세포를 구성하는 뉴런의 개수는
사람은 약 860억 개
강아지는 약 5억 개
초파리는 약 1억 개
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초파리가 파리채를 피하는 방식이나 비행방식은 너무 놀랍다. 그런 초파리보다 강아지는 4억 개의 뉴런을 더 가지고 있다.
버터나 밀리의 산책을 시키면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강아지는 자신이 싼 똥을 밟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뭐 당연한 거 아닌가 싶겠지만, 똥을 싸거나 쉬를 하고 난 다음에 강아지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다리 근육이 놀랍게 움직이면서 똥을 피할 수 있는 위치로 옮겨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강아지의 학습능력도 놀랍지만,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신의 배변을 피하는 놀라운 능력은 태어나면서 가지고 태어난다. 배변의 위치는 학습이 필요하지만, 똥을 밟지 않는 방법은 가르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5억 개의 뉴런 중에서 어떤 뉴런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밝혀진 바는 없겠지만, (사실 누구도 이런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연구대상으로 삼지도 않겠지만) 냄새와 본능으로 자신의 똥을 밟지 않도록 설계된 것이다.
AI와 사람, AI와 강아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런 어마어마한 양의 신경 세포를 작동시키기 위해 거의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사료나 물만으로도 이런 복잡한 동작들을 수행하는 것에 아무런 제약이나 제한이 없다. AI를 가동하기 위해 엄청난 데이터 센터와 전기가 필요한 것에 비하면 정말 놀랍다.
강아지의 두 개의 귀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강아지의 꼬리가 기분에 따라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채파리는 할 수 없는 "앉아", "엎드려"를 시작하게 된 극 I 버터는 밀리에게 "엎드려"를 배웠다. 이게 뉴런 4억 개의 차이이다.
버터와 밀리를 키우면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여겼던 모든 인체의 행동들이 감사로 다가온다.
얼마 전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이 손가락으로 계란을 깨지지 않고 잡아서 들어 올리는 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위해 핸드폰으로 엄지 손가락 시전 중인 나의 모습도, 다섯 손가락에 적절히 압력을 조절해서 핸드폰을 든 채로 엄지 손가락으로 어느 위치의 글자를 눌러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아주 능수 능란하게 오차율 5% 미만의 정확도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지 않다.
작은 채파리에게도 1억 개의 뉴런을 만들어 주신 하나님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5억 개 뉴런을 소유한 전 세계의 강아지들에게, 특히 우리 버터와 밀리에게 주신 이 특별한 능력들에 감사하며, 860억 개의 뉴런이 매일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게 만드신 나의 몸도 당연하지 않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