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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좋아

질투의 화신

by 신버터

마마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강아지는 냄새로 주인이 언제 올지 예상한다고 한다. 주인의 냄새의 강도가 약해지는 것으로 시간을 감지해서, 이 맘 때쯤이면 주인이 오겠지 하고 기다리는 방식이라고 한다.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대부분 아무도 문 앞에 없다. 인기척을 내야 막내딸이 달려온다. (고마워 ㅜ.ㅜ)


하지만 아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문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낑낑거리는 강아지들의 애가 탄 견소리를 들을 수 있다. 문을 여는 순간 사방에서 꼬리를 흔들며 평소에 들을 수 없는 낑낑 소리와 함께 버터와 밀리가 아내에게 달려든다.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이 있었다. 보통 외출 후에 아내와 내가 같이 들어가면 동일한 모습이었기 때문에 나를 반기는 것인지 아내를 반기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 혼자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 보니 확실히 내가 들어갈 땐 평온하고 조용하다. 나를 반기지 않는 것이 확실하다.


이제 버터는 산책도 나랑 안 나가려고 버팅긴다. 그러다가도 아내가 나가자 하면 꼬리를 흔들며 신난다. 뭐지? 차별하는 거니? ㅎㅎ


개들도 자기를 이뻐라 하는 사람을 아나보다. 일반적으로 개들은 주인을 좋아한다고 하던데, 결국 아내는 주인인 것이고, 나는 그냥 무서운 아저씨(?)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주로 아내가 버터나 밀리를 볼 때마다 하는 독일어는 "du meine Liebe" 다. 직역하면 너 내 사랑 뭐 이런 뜻인데 나한테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이다.


주로 나에게 쓰는 표현은 "저리 가", "귀찮게 좀 하지 마"인데 버터나 밀리에게는 표정부터 다르다.


말도 못 하는 강아지들이 저렇게 사랑스러운 이유는 뭘까?



1. 버터랑 밀리는 작고 귀엽다.

사이즈가 작은 애완동물이 귀엽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얼마 전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에 의하면 강아지들이 사람의 최애 반려견이 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는 눈동자의 흰자위를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산책을 다녀와서 다소곳이 앉아 간식을 달라고 하는 모습이나, 밥 먹을 때 식탁 앞에서 애처로운 표정으로 고기 한 점을 갈구하는 눈동자는 미소와 더불어 마음을 스르르 녹게 만든다.


이런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으니, 아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2. 버터와 밀리는 스토리가 있다.

생후 2개월에 버림받아서 길가에 엄마와 묶여 있던 밀리, 철창에 갇혀 지내던 버터.. 그들의 인생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바라보면, 애잔한 마음이 든다. 이런 경험은 입양을 한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지고 있을 것이다.


편한 환경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랐던 여느 강아지들과는 달리 버터와 밀리는 그들의 행동이 보여주는 트라우마들의 잔재가 있다. 예를 들어 버터는 천둥 번개가 치면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떤다. 큰 소리에 정말 예민하게 반응한다. 밀리는 분리 불안이 있어서 혼자 놔두면 계속 짓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은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3.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교감이 있다.

말을 못 하는 강아지임에도 아내는 그들의 작은 행동을 통해 배가 고픈지, 나가고 싶은지 안다. 그리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마치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만으로 엄마는 뭘 원하는지 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버터와 밀리 입장에서는 당연할 수 있다.


강아지에게는 주인이 한 명이라고 한다. 즉 아내가 그들에게는 주인이고, 나는 집사인 듯하다.


돌이켜보면 버터와 밀리가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그들을 안아주고, 만져주고, 사료 사주고, 물 주고, 간식 주고, 아프면 병원에 응급실에 달려가고, 목욕시켜주고, 아침저녁으로 가족들에게 당번을 정해서 정해진 시간에 배변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이 모든 것을 아내가 여전히 하고 있다.


이러니 버터와 밀리에게는 아내가 주인이고, 아내를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약간 질투 나긴 하지만, 엄마만 좋아하는 거 인정해야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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