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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5. 2024

말없이 위로

시 테라피 (Therapie)

밝고 당차던 그녀가 출근하지 않았다. 

조모님이 돌아가셨단다.

가족을 잃은 뒤 누군가의 죽 부를 꿰뚫을 듯 다가왔다. 

제 몸 불살라 잿더미 되지 않고선 가늠할 수 없는 것,

살이 벗겨진 듯 날카로운 통증이 훑고 지나다.

사지보다 마음이 먼저 꺾여본 자는 눈물을 흘려 볼 수 없다.

심장을 뚫고 자라난 슬픔을 만져본  슬픔을 흘려볼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을 보내고 돌아온 그녀는 물기 마른 꽃이 되어 있었다.

후 불면 날아갈 듯 위태로운 다리를 딛고서 그녀가 돌아왔다.

태연한 척 굴어도 어깨 위로 다리 사이로 슬픔이 흘러내린다. 

짠물같 진득한 물은 아물지 못한 마음의 고름이다.  

온몸에 가두지 못해 넘쳐흐르는 눈물은 핏물이다. 

소리 내어 울지 않아도 혼자 삼켰을 눈물이 보인다.

고이고 고여 쌓이고 쌓인 물은 눈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주체할 수 없는 거대한 슬픔은 온몸으로 운다.

땀구멍 숨구멍으로 솟구쳐 운다.

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어서 안아줄 수 있는 가슴이 없어서  마음을 담아 시를 대신한다.


말없이 위로

밤의 얼굴 떼어다 눕혀주고 싶다

창백한 외로움에

시(詩) 하나 달아주고 싶다

새벽이슬로 세수하고 너를 맞이해야지

등은 말없는 위로

소리 없이 너를 안고

등에 얼굴을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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