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계절을 맞이할 너에게
사랑하는 아이에게 보내는 시
잠깐 눈만 감은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이야.
너희는 아침이 오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단꿈에 빠져 있구나.
밥 대신 빵을 달라던 성화에 못 이겨 오늘은 토스트를 준비하고 있어. 달걀물 풀어 동그란 프라이도 부치고 네모난 치즈도 올렸어. 물론 엄마표 수제딸기잼도 듬뿍 발랐지. 과일은 너의 활발한(?) 장운동을 응원하며 키위로 준비했어.
키위는 비슷한 모양, 색깔을 지녔지만 맛은 제각각이야. 한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도 제각기 다른 색깔과 향을 지닌 너희 남매처럼 말이야.
키위는 달콤한 맛만 나는 게 아니라 떫은맛, 신맛만 나는 키위도 있단다. 떫은맛 나는 키위는 일정기간 숙성시키면 단맛 나는 과일이 되고 후숙기간을 무사히 견디지 못한 키위는 그대로 썩어버리기도 한단다.
우리네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했어.
꿀처럼 달콤한 날도 있지만 떫고 쓴맛 나는 날들도 분명 있을 거야. 그럴 땐 적당히 힘을 풀고 너를 둘러싼 날들을 찬찬히 둘러봐.
꽁꽁 언 냇물을 간지럽히는 올챙이의 몸짓을,
쨍 소리 날 듯 투명한 하늘에 느닷없이 떨어지는 빗줄기를,
마지막 잎사귀마저 끝내 떨구어야 하는 나무의 마음을, 차마 가지 못하고 주저하는 겨울의 발뒤꿈치를.
예상하지 못한 변수와 난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우리에게 다양한 좌절과 슬픔을 맛보게 한단다.
달큼한 위로가 필요한 날, 오늘 먹은 다양한 맛의 키위를 떠올리렴. 덟고 쓴맛 나는 나날도 성장의 터널을 지나면 달콤해질 날이 올 거야. 떫은맛을 기억하는 단맛은 쓰린 기억을 다독이며 또 한걸음 내딛을 원동력이 되어 줄 거야.
가진 것에 만족하고 덤으로 얻은 것에 감사하며,
가끔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머리카락 넘기듯 흘려보내는 대범함을 지니렴.
불어오는 크고 작은 바람은 너의 여린 속살을 단단하게 여물게 하며 겉은 말랑한 열매를 맺도록 밑거름이 되어 줄 거야.
무심한 눈길 하나 없이도
그저 묵묵히 향을 피우는 아카시아처럼
은은한 꽃이 되렴.
다른 사람 짓밟으며 한 걸음 앞서기보다
기꺼이 엎드려 등을 내미는 땅이 되렴.
할쿼대는 파도를 원망하지 않고
무참히 던져진 자갈조차
끝끝내 매끈한 돌로 만드는 바다가 되렴.
앞으로 다가올 무수한 너희의 계절을 응원한다.
2024. 07.23
사랑하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