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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빈방

회상 1

by 진아

어머니의 빈 방 외로움이 가득하다.

얼룩진 벽지, 웅크린 먼지, 구겨진 약봉지,

구름이 되지 못한 휴지조각.

채우지 못한 빈 방은

오소소 소름이 돋고

굳게 다문 창문은 말이 없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머니의 빈방눈물 가득하다.

닳은 그릇, 생선 반토막, 생명보험 증정용 티슈,

1회용 수세미, 위생비닐장갑.

단 한번 주인공인적 없던 너희가

어머니의 유일한 말벗었지.

긴긴밤을 안아주며 도닥었지.


부록처럼 딸린 숨은

제 삶 하나 꿰차지 못하고

등신같이, 빈자리 하나 남겼다.

단 한번, 중심에 서 못하고

세상 언저리 테두리만 더듬었다.

관중석 구석에서 눈알만 굴렸.


못다 버린 물건은

오지 않는 주인을,

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

그만할 때도 됐는데

불뚝 같은 성질 못 버리고

열리지 않는 문만 바라본다.


봉지에 담긴 태양은 문드러지고

봄날 꿈꾸던 과일은 제를 이야기한다.

낡았던 고독과

희석된 희망과

오지 않을 내일 대해.


들썩이 검은 비닐봉지는

제 한 몸 세우지도 못하면서

바스락바스락 등을 구기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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