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빈 방에 외로움이 가득하다.
얼룩진 벽지, 웅크린 먼지, 구겨진 약봉지,
구름이 되지 못한 휴지조각.
채우지 못한 빈 방은
오소소 소름이 돋고
굳게 다문 창문은 말이 없다.
아무도 오지 않는
어머니의 빈방에 눈물이 가득하다.
닳은 그릇, 생선 반토막, 생명보험 증정용 티슈,
1회용 수세미, 위생비닐장갑.
단 한번 주인공인적 없던 너희가
어머니의 유일한 말벗이었지.
긴긴밤을 안아주며 도닥였었지.
부록처럼 딸린 목숨은
제 삶 하나 꿰차지 못하고
등신같이, 빈자리 하나 남겼다.
단 한번, 중심에 서질 못하고
세상 언저리 테두리만 더듬었다.
관중석 구석에서 눈알만 굴렸지.
못다 버린 물건은
오지 않는 주인을,
올 수 없는 사람을 기다리고
그만할 때도 됐는데
불뚝 같은 성질 못 버리고
열리지 않는 문만 바라본다.
봉지에 담긴 태양은 문드러지고
봄날 꿈꾸던 과일은 어제를 이야기한다.
낡았던 고독과
희석된 희망과
오지 않을 내일에 대해.
들썩이던 검은 비닐봉지는
제 한 몸 세우지도 못하면서
바스락바스락 등을 구기며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