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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Jul 27. 2024

너에게 주는 그림

매일이 너의 단비이기를

속살 드러낸 수줍은 갯벌 위로

바다와 맞닿은 하늘캔버스.

갈매기가 그리다 만 풍경화 속

별이 뜨고 불빛이 켜진다.

일상을 떠난 삶이 옹기종기 모인다. 

3평 남짓한 공간이 쏘아 올린 행복

바다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라면 

어디라도 낙원.  

비로소

허리띠 풀고 페르소나 던 

온전히 나로 선다.

바다  일렁이는 불빛 울너울 춤추고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라면을 후후 불어 먹는다.

화려하지 않 작은 일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 된다.

소소한 먹거리 하나로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

따가운 햇빛도 차가운 어둠도 비껴가는 순간,

달같이 아이같이 동그라미 그린다.

말간 네 얼굴 붙이고

진주보다 빛나는 눈을 올려둔다.

빗방울이 타닥타닥 떨어져

아쉬움마저 즐거이 되는 밤. 

낮에 걸어둔 수영복이 빗속을 뛰어다닌다.

지나가던 고양이수염에

발랄한 비명이 매달린 채 걸어간다.

비를 바라보는 사람도, 젖어가는 신발도

여름에 함빡 취하기 좋은 날.

마음 놓고 늘어져도 괜찮은 

기분 좋은 밤이 깊어간다.  

걸음마 시작한 어느 집 아기

샘물같이 불꽃놀이 바라

아이를 바라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 맞춤이 된다. 

불꽃 터지는 소리에

내리던 비 주춤거리고

아가의 축제, 

아가를 축복하는 이의 축제,

사랑만으로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된다.

아가 웃음같이 불꽃이 팡 터지고.

억하나 별같이 새겨진다.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바다로 떠난 날.

전날밤부터 설렘에 잠을 설쳤다는 고운 아이

기대를 둥실 싣고 떠난 일상.

아이는 비로소 아이가 되었다.

물놀이 후 고기를 구워 먹고 늦은 밤 끓여 먹은 라면.

비가 와도 즐거운 아이, 얼굴에 행복이 넘실거렸다.

세상 끝에도 없던 행복은 바로 내 아이 얼굴에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기억 오늘은 어떤 풍경화일까. 

내가 기억하는 오늘

아이들이 기억하는 오늘은 같은 그림일까.

먼 훗날 떠올렸을 오늘이

마른 가슴 적실 한 톨의 만함이기를.  

삭막한 세상 내려오는 한줄기 단비이기를.

꽉 쥔 주먹  펼칠 힘조차 없는 날,

손안에 남겨진 한 줌 온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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