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 드러낸 수줍은 갯벌 위로
바다와 맞닿은 하늘캔버스.
갈매기가 그리다 만 풍경화 속
별이 뜨고 불빛이 켜진다.
일상을 떠난 삶이 옹기종기 모인다.
3평 남짓한 공간이 쏘아 올린 행복
바다와 자연이 어우러진 곳이라면
어디라도 낙원.
비로소
삶의 허리띠 풀고 페르소나 던지니
온전히 나로 선다.
바다 위 일렁이는 불빛은 너울너울 춤추고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라면을 후후 불어 먹는다.
화려하지 않은 작은 일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 된다.
소소한 먹거리 하나로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
따가운 햇빛도 차가운 어둠도 비껴가는 순간,
달같이 아이같이 동그라미 그린다.
말간 네 얼굴 붙이고
진주보다 빛나는 눈을 올려둔다.
빗방울이 타닥타닥 떨어져도
아쉬움마저 즐거움이 되는 밤.
낮에 걸어둔 수영복이 빗속을 뛰어다닌다.
지나가던 고양이수염에
발랄한 비명이 매달린 채 걸어간다.
비를 바라보는 사람도, 젖어가는 신발도
여름에 함빡 취하기 좋은 날.
마음 놓고 늘어져도 괜찮은
기분 좋은 밤이 깊어간다.
걸음마 시작한 어느 집 아기
샘물같이 불꽃놀이 바라보고
아이를 바라보는 눈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눈 맞춤이 된다.
불꽃 터지는 소리에
내리던 비 주춤거리고
아가의 축제,
아가를 축복하는 이의 축제,
사랑만으로 아름다움을 말할 수 있는 축제가 시작된다.
아가 웃음같이 불꽃이 팡팡 터지고.
기억하나 별같이 새겨진다.
처음으로 현장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바다로 떠난 날.
전날밤부터 설렘에 잠을 설쳤다는 고운 아이
기대를 둥실 싣고 떠난 일상.
아이는 비로소 아이가 되었다.
물놀이 후 고기를 구워 먹고 늦은 밤 끓여 먹은 라면.
비가 와도 즐거운 아이, 얼굴에 행복이 넘실거렸다.
세상 끝에도 없던 행복은 바로 내 아이 얼굴에 있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기억할 오늘은 어떤 풍경화일까.
내가 기억하는 오늘과
아이들이 기억하는 오늘은 같은 그림일까.
먼 훗날 떠올렸을 오늘이
메마른 가슴 적실 한 톨의 충만함이기를.
삭막한 세상에 내려오는 한줄기 단비이기를.
꽉 쥔 주먹 펼칠 힘조차 없는 날,
손안에 남겨진 한 줌 온기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