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서 낭만은 한 낱 신기루라오.
말랑해서 언제든 뜯길 준비가 된 커튼 같은 것이요.
나약해서 기억에게 남김없이 씹어 먹히지.
시퍼런 손으로 걷어들인 시간의 머리칼 같은 것이라오.
세월을 주고 허튼 주름만 샀지.
낭만은 여인의 옷고름 같은 것이야.
풀고 싶어 안달 나지만 풀고 나면 그뿐.
당신 목구멍에 넘어가는 쌀밥,
그게 낭만이고 삶 아니겠소.
바람, 햇살, 비가 넘실넘실 잘도 넘어가오.
약해빠진 그것은 삶을 무력하게 할 뿐 낡은 그림자 따위 던져주잖소.
生은 말라가는 생선처럼 고릿하고 따분하지.
우리가 말하던 봄날은 찬란하게 시들 꽃잎이요.
우리가 말하던 꿈날은 아지랑이처럼 사라질 순간이요.
우리가 말하던 그날은 파도에 허물어질 이름 모를 城이요.
우리가 말하던 올날은 처마 밑 고드름 같은 詩뿐이오.
이젠,
꿈도 거짓도 남김없이 마셨다오.
그대 빈그릇엔 오늘만 남았지.
이것이 우리의 낭만이고 사랑이고 詩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