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독을 까맣게 물들이던 밤
어둠은 그을린 그리움을 별빛으로 채웠어요.
외로움의 넓이만큼 별들이 차고
고요한 깊이만큼 이카로스의 날개*는 추락했어요.
무심함은
함께 닿을 수 없던
행성과 별의 간격
어린 왕자는
홀로 달무리에
그림자를 비춰보아요.
외로움이 B-612 행성에 길게 드리우면
42번째 쓸쓸함 43번째 고독함
44번째 그리움 45번째 다가올 외로움에 대하여 이야기하지요.
순백의 애정도
붉은 이별 앞에 아스라이 흩어지고
별 속에 봉인된 카시오페이아,
거꾸로 매달린 별의 기억에
어린 왕자 초상화를 부탁해요.
무해한 별들이 그리는 앞모습.
겹겹이 쌓인 먼지를 털어
말간거울로 들여다보아요.
고즈넉한 새벽 4시,
장미 앞에 걸린 투명한 초상화.
창가에 빛줄기 스며들면
고즈넉한 밤하늘엔 하얀빛이 눈부셔요.
(사막여우가 흩어 뿌린 설탕가루...)
*이카로스의 날개: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와 미노스의 여종 나우크라테의 아들.
다이달로스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이고 이카로스와 함께 하늘로 날아 탈출하였다. 이카로스는 새처럼 나는 것이 신기하여 하늘 높이 올라가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를 잊은 채 높이 날아올랐고, 결국 태양열에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떨어져 죽었다.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의 시신을 건져 올려 섬에 묻었는데, 나중에 이 섬은 이카로스의 이름을 따서 이카리아섬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에서 비롯된 ‘이카로스의 날개’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