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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08. 2024

너는 신나지만 나는 눈물겹다

방학에서 살아남기 '엄마분투기'

아이 눈물

꾸역시 한 편

아이 외로움  

짠내 나는 문장 하나

아이 투정 담아

근근이 한 줄 두줄


놀아달라 그려달라 간식 달라

돌아서면 밥 달라

엄마 엄마 엄마-

귓가에 울리는 반복 메들리.


이젠 나를 보고 웃지 않

예전보다 관심이 사라졌

졸졸 따라다니는 애먼 투정

주렁주렁 글썽이는 눈물

어미등골, 여물어가는

포도송이만 방울방울 


그래, 마도

사랑 주고

밥 주고

관심도 주고 싶.


허나, 토록 여름이 깊어가잖니

능소화가, 배롱꽃이  

저토록 흐드러지게 피었잖니

초록물결 잎사귀가

이토록 사무치게 흔들잖니


탐스런 구름팍에 쉬고 싶고

소담한 잎사귀에 한 자 적고

파랗게 하늘 으며

고요히 차 한잔 띄우고 싶건만

하릴없 구름 따라 마음만 두둥실 


너와 나의 간격 토록 촘촘했던가.

물 한 방울 샐 틈 없

숨구멍 하나 절실하.

치맛자락 달린

매미소리 구슬프.


구름과 구름 사이

꽃과 꽃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그리고

엄마와 아이 사

간격 필요하다.


누가...

절실한 하나 뚫어주오.


모기도 춤다는 여름방학

너는 신나지만

나는 눈물겹다.




두둥! 꼬박 30일 대장정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시작된 지 10일 지났을 뿐인데 한 달은 족히 지난 느낌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출옥 손꼽아 기다리듯, 미는 오늘도 달력에 줄 쳐가며 개학날하루하루 헤아린다. 보릿고개보다 넘기 힘들다는 '방학고개'꾸역꾸역 넘어.

자유를 향한 갈망, 영화 '빠삐용'=개학을 향한 눈물겨운 나의 갈망

아, 달콤했던 혼자만의 시간은 정녕 한여름 밤 이었던가!

고강도 초밀착형 생계육아 프로젝트 '방학에서 살아남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한 엄마 분투기가 시작되었다.

엉덩이 붙이고 앉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엄마메들리가 들려온다.


"-~ 간식!

"-마~ 그림 그려줘!

"-~ 심심해, 놀아줘!

"-마, 오늘 저녁은 뭐야, ~ 배고파!


~ 이럴 땐 엄마야 누나야 따라 강변 가서 홀로 살고 싶다. 땅굴 파고서라도 절실히 더! 더! 더! 더! 더욱 고독해지고 싶다. 혼자 넋두리할 틈도 없이 어디선가 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이거 뭐야? 된장국에 날개가 들어 있어"

"엥? 날개?"

무슨 소린가 싶어 냉큼 아이 국그릇을 확인해 보았다.

아이 손가락 표고버섯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나는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녹슨 어미눈에는 먹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던 채소가 아이 눈에는 날개로 보였던 것이다. 이의 순수한 마음과 상상력이란! 굳어버린 줄 알았던 내 안의 물레방아가 삐덕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토록 고운 아이에게서 멀어지려 했던가.

이토록 맑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서 뒷걸음치려 했던가.


그. 러. 나


우리 비록 절절이 사랑하지만

방학도 표고버섯도 날개도 좋지만


그. . 도


점하나 콕 찍어 숨 쉴 간격은... 어떻게 허락해 주면 안 될까?


아이 눈엔 영락없는 '날개'였던 복받은 표고버섯

※ 이정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참조







#엄마전용무인도여행패키지급구# 방학이제10일지났나#방학결사반대밴드#슬기로운방학생존법# 


* 필명이 '건필진아'에서 '진아'로 변경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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