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주택 담벼락 너머
빠알간 복주머니 익어간다.
언제부터
울할매 복주머니 주렁주렁 열렸나.
나뭇가지 사이사이
빠알간 주머니가 대롱대롱.
오지 않는 울 엄마
기다리다 기다리다
울음보 터지면
울할매 복주머니 열린다.
붉은색마저 빛바랜 비단 복주머니.
둥글넓적한 입 쩌억 벌어지니
꼬깃꼬깃한 천 원 지폐가,
은구슬 닮은 동전이 몸을 구기고 있다.
여문손이 덜 여문 손에
전하는 온기 한 줌.
행여,
돌아서면 올까
석류나무 앞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끝내,
엄마는 오지 않고...
울할매 복주머니만 젖어든다.
까치가 울면
기다리는 님 오신다는데
사람도
까치도
보이지 않는다.
눈물같이 알사탕 물고
불룩해진 볼.
여린 혓바닥으로 사탕 굴리면
행여,
떠나간 울 엄마 올까
울할매 기억주머니는
자꾸만 홀쭉해지는데
빠알간 복주머니는
자꾸만 납작해지는데
금방 올 거라던 울엄마
사탕이 사라지도록 오질 않아.
목숨같이 키운 자식도
더럽혀진 눈 같이
퇴색된 사랑도
알알이 투명히 모였다.
눈물, 한숨, 사랑, 기다림...
알알이 영글어가는
울할매 복주머니 보석.
고단한 머리맡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시름 쌓여 깊어진 골짜기.
늙은 할미 입 속에
열매 하나
쏘옥 넣어드린다.
2층주택 담벼락 너머
고요히
여물어가는 복주머니.
누구 기다림이 바알갛게 익어가나.
누구 눈물이 바알갛게 물들어가나.
어미 기다리는 여린 그림자 뒤로
바알간 그리움만 여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