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석류

울할매 복주머니

by 진아

2층주택 담벼락 너머

빠알간 복주머니 익어간다.

언제부터

울할매 복주머니 주렁주렁 열렸나.

나뭇가지 사이사이

빠알간 주머니가 대롱대롱.


오지 않는 울 엄마

기다리 기다리다

울음보 터지면

울할매 복주머니 열린다.


붉은색마저 빛바랜 비단 복주머니.

둥글넓적한 입 쩌억 벌어지니

꼬깃꼬깃한 천 원 지폐가,

은구슬 닮은 동전이 몸을 구기고 있다.


여문손이 덜 여문 손에

전하는 온기 한 줌.


행여,

돌아서면 올까

석류나무 앞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끝내,

마는 오지 않고...

울할매 복주머니만 젖어든다.


까치가 울면

기다리 님 오신다는데

사람도

까치도

보이지 않는다.


눈물같이 알사탕 물고

불룩해진 볼.

여린 혓바닥으로 사탕 굴리면

행여,

떠나간 울 엄마 올까


울할매 기억주머니는

자꾸만 홀쭉해지는데

빠알간 복주머니

자꾸만 납작해는데

금방 올 거라던 울엄마

사탕이 사라지도록 오질 않아.


목숨같이 키운 자식도

더럽혀진 눈 같이

퇴색된 사랑도

알알이 투명히 모였다.

눈물, 한숨, 사랑, 기다림...

알알이 영글어가는

울할매 복주머니 보석.


고단한 머리맡에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시름 쌓여 깊어진 골짜기.


늙은 할미 입 속에

열매 하나

쏘옥 넣어드린다.


2층주택 벼락 너머

고요히

여물어가는 복주머니.


누구 기다림이 바알갛게 익어가나.

누구 눈물이 바알갛게 물들어가나.

어미 기다리는 여린 그림자 뒤로

바알간 그리움만 여물어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