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꼬박 30일 대장정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방학 시작된 지 10일 지났을 뿐인데 한 달은 족히 지난 느낌이다.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출옥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듯,어미는 오늘도달력에 줄 쳐가며 개학날만을 하루하루 헤아린다.보릿고개보다 넘기 힘들다는 '방학고개'를 꾸역꾸역 넘어간다.
자유를 향한 갈망, 영화 '빠삐용'=개학을 향한 눈물겨운 나의 갈망
아, 달콤했던 혼자만의 시간은 정녕 한여름 밤꿈이었던가!
고강도 초밀착형 생계육아 프로젝트 '방학에서 살아남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한 엄마 분투기가 시작되었다.
엉덩이 붙이고 앉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엄마메들리가 들려온다.
"엄-마~ 간식!
"엄-마~ 그림 그려줘!
"엄-마~ 심심해, 놀아줘!
"엄-마, 오늘 저녁은 뭐야, 아~ 배고파!
아~ 이럴 땐 엄마야 누나야 따라 강변 가서 홀로 살고 싶다. 땅굴 파고서라도 절실히 더! 더! 더! 더! 더욱고독해지고 싶다.혼자 넋두리할 틈도 없이 어디선가 또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 이거 뭐야? 된장국에 날개가 들어 있어"
"엥? 날개?"
무슨 소린가 싶어 냉큼 아이 국그릇을 확인해 보았다.
아이손가락은 표고버섯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 나는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녹슨 어미눈에는 먹거리로 밖에 보이지 않던 채소가 아이눈에는 날개로 보였던 것이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상상력이란! 굳어버린 줄 알았던 내 안의 물레방아가 삐거덕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