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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Aug 13. 2024

봄, 가을은 물려줄 수 있기를

최후의 날은 오지 않기를

매년 다르게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예전에는 에어컨 없이 거뜬하게 여름을 났었는데.  이젠 단 한순간도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연일 폭염경보가 뜨고 대지는 불구덩이가 되어가고 있다.


어릴 적엔 여름 한낮에도 곤충채집하고 숨바꼭질하며 마음껏 뛰어놀았는데.

벌겋게 상기된 피부를 개울가 물놀이로 식히곤 했었는데.

풋풋했던 여름날 추억은 박물관에 전시해야 할 희귀한 기억이 된 지 오래다.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그 어른은 피부화상과 일사병을 염려해 아이의 바깥활동을 자제시킨다.

네모난 실내공간에서 수영을 하고 에어컨 빵빵한 키즈카페에서 하루종일 뛰어놀게 한다. 몸은 편한데 마음은 께름칙하고 불편하다.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지구가 시름시름 앓는 소리같아서.


잠시의 불편함도 견뎌내지  못하는 얕은 인내심이, 끝도 없이 자라나는 이기심이,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져 버린 타락한 정신이 지구를 병들게 만든 건 아닐까. 아이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지 못할망정 아름다운 봄, 가을을 뺏고 있는건 아닐까.






최후의 날, 남은 한사람


음마, 내가 어렸을 땐 말이여

사람이 집에서 살았는디

요새 사람들은 네모난 얼음상자

그려, 네모난 아이스박스에 산다.

멀쩡한 집 놔두고 그게 뭔 일이랴.

지구가 뒷목 잡고 혈압 상승해서

집이고 건물이고 허벌나게* 타부렸다고?

긍께* 누가 강에다 오물 버리고

주야장천(晝夜長川) 공장 지어 올리랬어.

플라스틱, 비닐쪼가리를 숨 쉬는 맹키로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난리를 쳐 부리산께 그랴.

애꿎은 산 허물고

나무란 나무 죄다 베어 부릴 때 그때 알아봤당께.

먹고 살만하면 됐지.

아따 무신 욕심을 그리 부리시오.

그 짝도 참을 만큼 참았제.

생살 도려내고 아무 데나 똥오줌 갈기사믄

누가 참고만 있당가

자연이 병들고 지구가 성내는 거 당연하제.

이게 어데 사람 사는 데여?

가마솥처럼 펄펄 끓다가 잿더미만 남을 것이구먼.

살아있는 숨구 죄다 끊길 거란 말이제.

잘난 맛에 날뛰고 날아댕기는 것도 한순간이란 말이여.

사람이 죽어도 인자 천국도 못간당게.

왜긴 왜여.

태양이 성난 황소처럼 저콧김을 뿜어산께

하늘이고 천국이고 홀랑 다 타렸제.

인자 살아도 죽어도

갈 데는 불구덩이밖에 당께.

왐마*, 시방(方) 다들 어디간겨?

아이스박스 똥구녕만 핥다 죄다 져버린겨?

워메, 어쩌긴 어쪄

가직한 데서* 노아의 방주(舟)나 타러가야제.




*허벌나게: 상황이나 사태가 심각할 때. '매우'

*긍께: 그러니까

*왐마: 놀랐을때 쓰는 감탄사

*가직한: 가까운






#사투리 읽으시느라 욕봤소#나부터 지구사랑#늦기전에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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