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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의 일기] 발톱 빠진 호랑이

by 화랑

는 우울하다.


사람 근본이라는 것이 참 안 변한다. 우울로부터 도망치고자 결혼했고, 서울에서 대전으로 내려왔고, 하고싶은 일 하겠다고 글쓰기니 팟캐스트니 원대한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그런데 엄지발톱 하나 빠졌다고 다시 우울해졌다. 기분이 안 좋으니 일이 안된다. 텐션 좀 끌어올려보겠다고 최애 배우 케이트 맥키넌이 나오는 <레이디스나잇>과 <고스트버스터즈>도 봤다. 역시나 영화는 재밌었고 그 순간 뿐이었다. 암튼 내 비위 맞추는 게 젤 어렵다니까.


죽기 직전이었던 임용고시생 때 매일 조자스미스 앨범을 들었다. 한겨울 2층 흡연실에서 찬바람 맞으며 조자스미스 노래를 듣는 게 유일한 휴식이었다. 그때만 숨이 쉬어졌다. 몇년이 지나고 나는 더이상 가난하지도 외롭지도 않은데 다시 똑같은 앨범을 듣는다. 여전히 노래는 드럽게 좋은데 결국 나는 원점인 것 같아 서러워진다.


어차피 우울할 거면 서울에서 우울한 게 낫지 않나? 싶다가도, 대체 언제까지 서울-대전 저울질하며 고민할 건지, 아직도 둘 중 한 군데에 정착하지 못한 내가 한심하다.


예 이렇습니다.. 근데 사실 임고 때는 매일 우울했던 거고 지금은 잠깐 우울한 거니까 빈도 수로 따지자면 다르겠지요. 똑같이 조자스미스를 들어도 흡연실에서 QCY 이어폰으로 듣는 것보다야 지방 구축 아파트에서 스피커로 듣는 게 낫겠지요. 오랫동안 심리 상담을 받았더니 이 정도 자체 상담 쯤이야 일도 아니다.


오늘은 자기 전 법륜스님을 틀어야겠다.


10대 재벌이 전부 남자+T라는 사실..

F는 우울하면 일 자체가 안되긴 해.. 한스럽다

레이디스 나잇 속 키위와

고스트버스터즈 속 홀츠먼.

케이트 맥키넌을 너무 사랑해요

위스키는 됐고 나는 매실온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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