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요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세요
# 아. 아. (가끔은 뜨. 아.)
커피가 있어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내가 수천번 말해봄직한 문장, 사실 더 많이 말해본 것 같기도 한 문장.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장 좋아한다. 에스프레소와 물로만 구성된 탓에 커피의 진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고 시원하며 무엇보다 심플하고 깔끔하기 때문이다. 카페인이 필요해서 마시기에 디카페인은 마시지 않는다. 아, 칼로리가 낮은 건 덤이다.
# 많은 카페 중에서도 스타벅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
어릴 적 우리 동네에 처음 스타벅스가 생긴 날을 기억한다. 대형 백화점이 생겼고 그 주변으로 높은 빌딩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백화점 지하의 푸드코트, 주변 빌딩 1층에는 큰 프랜차이즈 회사의 매장들이 줄지어 들어왔었다.
백팩을 메고 오며 가며 익숙해진 스타벅스, 친구와 처음 간 날을 잊을 수 없다. 커피 맛을 모르기도 했고 나이도 어렸던 그때의 나는 그린티 프라푸치노를 주문했었다. 학원에 가기 싫어서 스타벅스에 갔던 수험생 시절, 책으로 가득했던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서 스르르 내리고 털썩 앉았던 소파는 크고 포근했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보사노바 음악, 특유의 진한 우드색 테이블, 매혹적인 초록색 사이렌 마크, 커피를 마시며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었다. 긴 시간 동안 내가 느낀 스타벅스라는 공간은 사람들에게 커피 마시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스며들었던 것, 그게 바로 ‘브랜딩’이었다.
브랜딩이란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다.
주목받는 브랜드는 로고와 철학이 뚜렷하다. 자신들만의 역사와 스토리가 있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원칙, 윤리 등이 명확하며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제공하는가‘라는 질문에 끊임없이 답하는 과정을 몸소 실천한다. 잠재적 고객들에게 그들의 메시지와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신뢰, 유대감을 쌓아간다. 스타벅스는 다양한 브랜딩 방법을 통해 단순한 커피숍을 넘어 고객에게 특별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한다. 그것이 스타벅스가 커피러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이다.
# 브랜딩 하면 떠오르는 시
- 김춘수의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는 각자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지구에서 살아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사람들 중 나와 비슷한 사람은 있어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한 명 한 명 모두 다른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한 사람을 알게 되는 인연이라는 것 또한 매우 귀하게 여겨진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와 상대방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긴다. 그리고 그의 꽃이 되려면, 더 나아가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려면 서로의 매력에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브랜딩은 의미 있는 사람,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게끔 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그리고 나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들, 특히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 이미지가 아마 더 깊이 브랜딩 되어 있을지 모른다.
나를 아는 것이
퍼스널 브랜딩의 시작이다
선택은 곧 취향을 의미한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자신만의 명확한 무언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작은 물건 하나를 고르더라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잘 고르는 사람. 나이와 상관없이 본인의 취향이 뚜렷한 사람은 매력적이다. 취향이 뚜렷하다는 건 그만큼 나를 되돌아보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온 사람이라는 걸 의미한다. 다양한 선택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자신에게 어울리는 선택을 해왔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 자아 인식에서 자아 성장으로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무엇인지. 시선을 나에게로 향해 나를 돌아보고 나에게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 ‘나’ 다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를 성찰하는 과정은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깨닫고 새로운 차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이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과정이 축적되면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 즉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어떤 커피를 좋아하시나요?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
#kate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