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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kate note Sep 02. 2024

쉬어가기




작고 소중한 10분



종소리로 의도적인 여백을 주는 삶, 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는 학교와 함께하는 나의 일상을 사랑한다. 물론 힘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과 배움이 가까운 이 삶에서 순간순간 즐거움을 느낀다. 집중할 때는 앉은자리에서 시간 개념 없이 빠져드는 나에게 억지로 종이 울려주는 시스템에 감사하다. 업무도 잠시 미루고 쉴 땐 무조건 쉰다. 짧게라도 끊어가며 쉬어가야 에너지가 관리되기 때문이다. 가끔 주말에는 이 쉬는 시간 종소리가 없어 아쉽다. 주말은 계속 쉬는 건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쉬는 것이 디폴트일 때는 쉼이 소중한지 잘 모른다. 일하는 것 또는 공부하는 것이 디폴트일 때 잠시 주어지는 쉬는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행복한 순간인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쉬는 시간,
너도 나도 공평하게 10분


그런 의미에서 학교에서의 쉬는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학습 주제와 활동에 깊이 집중하던 아이들은 종이 울리면 잠시라도 쉼을 가진다. 교실에 있는 것 자체를 답답해하는 기질의 아이들은 복도로 뛰어나간다. 콩콩 뛰는 아이들의 찰랑이는 머리칼이 얼마나 신나 보이는지. 너에게도 나에게도 주어지는, 작지만 소중한 10분이다.




일상 속 즐거움 찾기



잠시 주어지는 10분 동안 뭘 하면 좋을까? 아주 작은 시간 조각이지만 이 쉬는 시간을 누구보다 즐겁게 즐기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은 참 흥미롭다. 일상 속 즐거움을 좋아하는 나에게 아이들이 쉬는 시간마다 다르게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은 매우 신선한 인사이트를 준다. 어떤 하루는 카프라로 높은 탑을 쌓고 있는 진지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함께 아슬아슬한 스릴을 느끼고, 천장에 닿을 만큼 높아진 탑 앞에 의자를 밟고 올라가 너도 나도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에 나도 같이 까르르 웃는다. 카프라를 가로, 세로로 겹쳐 쌓아 올리는 단순 반복 활동만으로도 작은 성취감을 느낀 아이들은 그다음 시간에도 꽤 즐거운 표정으로 수업에 참여한다. 쉬는 동안 작은 성취와 즐거움을 맛봤으니까!




무너지기 전에 찰칵!




작은 쉬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건 아주 중요했다. 단순 노작 활동을 반복하는 과정이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것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작은 반복 행위는 학습으로 힘들었던 뇌를 쉬게끔 도와준다. 그리고 작은 행동이 반복적으로 쌓여나가면서 엄청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놀이를 통해 경험한다. 또한 혼자 하면 느리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꽤 탄탄하고 멋진 탑을 높게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다. 단순 반복을 통해 단정하고 균형감 있는 시각적인 형태가 드러날 때 즐거움을 얻는 덤까지. 더 높이 쌓을수록 모험심과 짜릿함을 느낀다는 아이들. 이 단순한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었고 그걸 보는 나 또한 즐거웠다.




무너질 때도 즐겁다



탑을 쌓다가 누가 창문이라도 열면 그 바람에 공든 탑이 와장창 무너지며 나무 조각들이 와르르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를 내는 데, 그 조차도 즐거운지 깔깔 웃는 아이들. 다 무너지고 나면 다시 제로 베이스가 되는데, 그 제로 베이스에서 또 새로 탑을 쌓아 올리는 아이들, 올리고 무너뜨리는 행위 그 자체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 단순함이 주는 즐거움을 경험한 아이들은 작은 무언가를 할 때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내면을 갖게 된다.




요즘은 학급 공기대회를 위해 공기 연습을 하는 아이들. 5개의 똑같은 공깃돌로 무한 반복하는 손동작의 전통놀이. 쉬는 시간마다 자신이 올린 공깃돌 하나 잡겠다고 꺅꺅 소리 지르는 아이들이 귀엽다.





쉬는 시간의 해시태그

#단순하게 #즐겁게 #너도 #나도 #10분





작가의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

https://litt.ly/kate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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