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19.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18. 백작 부인의 죽음, 그 빈손의 기적
앞서 델방드의 죽음도 그랬듯이, 백작 부인의 죽음도 느닷없이 찾아옵니다.
먼저, 한 통의 서신이 사제한테 당도합니다.
백작 부인이 보낸 것으로, 봉투 속에는 예의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사진이 박힌 목걸이가 들어 있습니다.
이 편지를 사제가 소리 내어 읽습니다. 여기서 감독은 백작 부인의 목소리를 배음으로 깔거나 하지 않습니다.
내용이 가슴 아픕니다.
‘죽은 아들에 대한 절망적인 기억이 저를 고독에 빠트렸는데, 다른 한 아이가 거기에서 저를 꺼내주었답니다. 아이 취급한다고 기분 나쁘게 여기지는 마세요. 신께서 당신을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있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것이 좋아요. 체념은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합니다. 이제 더는 바랄 게 없어요. 당신께 받은 평화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희망의 전언일까요.
이는 사제가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접한 호의(好意)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제의 독백이 이 편지 낭독에 바로 뒤이어 들려옵니다.
‘백작 부인이 죽었다.’
물론 자살인지 자연사인지 사고사인지 돌연사인지, 영화는 명확히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실은 대개의 느닷없는 죽음이 그렇지 않을까요.
누군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면, 그 죽음의 원인이나 이유를 본인 말고 누가 알겠습니까.
아니, 어쩌면 본인조차 알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러나 죽은 이는 말이 없는 법이지요.
이어지는 화면에서 사제는 보이지 않고, 다만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황급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발소리만이 요란합니다.
물론 목적지는 백작네 집일 테지요.
서둘러 도착하니, 백작은 사제를 못 본 체하고, 사제는 백작 부인의 주검에 성호를 긋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독백.
‘내 두 팔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사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는 그저 계속해서 일기를 쓰고, 하염없이 독백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백작 부인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사제가 간구했던 대로 백작 부인은 마침내 평화를 얻은 것일까요.
사제는 무거운 마음으로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주었다는 의미에서 이를 ‘빈손의 기적’이라 일컫습니다. 마치 그러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려는 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위안이되 대단히 이상한 위안이기도 합니다.
물론 사제 본인부터가 기이하기 짝이 없는 존재지요.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