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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Nov 05. 2024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_20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20.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19. 소문의 벽

   소문은 반드시, 또 빠르게 퍼지고, 퍼질수록 악성(惡性)이 되게 마련이지요.

   이제 사제는 비난의 한가운데 놓입니다.

   백작 부인의 죽음에 대하여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는 논거에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영혼의 구제에 그는 사제로서 실질적인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하기야, 처음부터 사제한테 적대적이었던 마을 전체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별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심지어 백작의 숙부(叔父)인 또 다른 사제는 이 젊은 사제를 따로 불러 백작 부인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록하라며 펜과 종이를 건네주기까지 합니다. 마치 젊은 사제를 무슨 피의자로 취급하는 듯한 태도입니다.

   다행인지, 젊은 사제는 병약하기는 해도 의지박약까지는 아닙니다. 그는 이를 단호히 거절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사제의 이러한 태도는 마을 사람들한테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구실을 할 뿐입니다.

   사제의 독백대로 백작 부인의 처지에서는 기나긴 시험이 끝난 것이고, 사제한테는 시험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참입니다.

   심지어 사제는 ‘불행의 씨앗’으로 일컬어지기까지 합니다.

   샹딸은 모친상을 당했음에도 눈물을 보이기는커녕 가정교사가 마침내 그곳을 떠나기로 했으니, 자기가 승리한 것이라며 득의양양해합니다.

   백작은 일개 사제가 자기 가정사에 끼어드는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며, 젊은 사제한테 경고를 해옵니다.

   문상을 온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사제를 이상한 눈빛으로 힐끗거립니다.

   딱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침내 또르씨 사제가 젊은 사제를 훈계합니다. 그 내용이 또 의미심장합니다.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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