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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Jul 02. 2024

11.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대처하는 자세

  - 〈애오잠병서〉 원문 전문과 번역문

11. 나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대처하는 자세 - 〈애오잠병서〉 원문 전문과 번역문

   이달충이 쓴 〈애오잠병서〉의 원문(原文) 전문(全文)과 그 번역문입니다. 유비자가 무시옹을 ‘어르신(翁)’으로 높여 부르는 것을 감안하여 두 사람의 말투를 그에 걸맞게 손질했습니다.    


 李達衷, 〈愛惡箴幷序〉

   有非子造無是翁曰(유비자조무시옹왈), “日有群議人物者(일유군의인물자), 人有人翁者(인유인옹자), 人有不人翁者(인유불인옹자), 翁何或人於人(옹하혹인어인), 或不人於人乎(혹불인어인호)?”

   翁聞而解之曰(옹문이해지왈), “人人吾(인인오), 吾不喜(오불희), 人不人吾(인불인오), 吾不懼(오불구), 不如其人人吾(불여기인인오), 而其不人不人吾(이기불인불인오). 吾且未知人吾之人何人也(오차미지인오지인하인야), 不人吾之人何人也(불인오지인하인야). 人而人吾(인이인오), 則可喜也(즉가희야). 不人而不人吾(불인이불인오), 則亦可喜也(즉역가희야). 人而不人吾(인이불인오), 則可懼也(즉가구야). 不人而人吾(불인이인오), 則亦可懼也(즉역가구야). 喜與懼(희여구), 當審其人吾不人吾之人之人不人如何耳(당심기인오불인오지인지인불인여하이). 故曰(고왈), ‘惟仁人(유인인), 爲能愛人(위능애인), 能惡人(능오인)’, 其人吾之人(기인오지인), 仁人乎(인인호)? 不人吾之人(불인오지인), 仁人乎(인인호)?”

   有非子笑而退(유비자소이퇴), 無是翁因作箴以自警(무시옹인작잠이자경).

   箴曰(잠왈), “子都之姣(자도지교), 疇不爲美(주불위지)? 易牙所調(역아소조), 疇不爲旨(주불위지)? 好惡紛然(호오분연), 盍亦求諸己(합역구저기)?”     


이달충, <애오잠병서>

   유비자가 무시옹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하루는 여럿이서 인물을 논의한 일이 있었는데, 어르신을 사람답다고 하는 이도 있었고, 어르신을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이도 있었으니, 어르신께서는 어찌하여 혹은 남에게 사람답다고 여겨지시고, 혹은 남에게 사람답지 않다고 여겨지시는 것입니까?”

   무시옹이 듣고서 그걸 해명하여 말하였다.

   “남들이 나를 사람답다고 해도 나는 기뻐하지 않고, 남들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는데, 이는 그런 말들이 좋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다고 하고, 좋지 않은 사람이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것만 못해서라오. 나는 또 나를 사람답다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오. 사람다우면서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기뻐할 만하지요. 사람답지 않으면서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또한 기뻐할 만하지요. 사람다우면서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면 걱정할 만하지요. 사람답지 않으면서 나를 사람답다고 하면 또한 걱정할 만하지요. 기뻐함과 걱정함은 마땅히 나를 사람답다고 하고,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하는 그 사람이 사람다운지, 사람답지 않은지의 여부를 살피고서야 할 따름이라오. 그러므로 (공자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오직 어진 사람만이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을 미워할 수 있다.' 나를 사람답다고 한 그 사람이 어진 사람인가요? 나를 사람답지 않다고 한 사람이 어진 사람인가요?”

   (이에) 유비자가 웃으면서 물러났다.

   무시옹은 인하여 잠을 지어서 스스로 경계하였다.

   (그) 잠에서는 (이렇게) 이른다.

   “자도의 아리따움을 누가 아름답다고 하지 않겠는가? 역아가 만든 것을 누가 맛나다고 하지 않겠는가? 좋아함과 미워함이 어지러우면 어찌 또 나한테서 그것을 구하지 않겠는가?”     


   다음은 앞서 제가 따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有非子造無是翁曰(유비자조무시옹왈), “日有群議人物者(일유군의인물자), 人有人翁者(인유인옹자), 人有不人翁者(인유불인옹자), 翁何或人於人(옹하혹인어인), 或不人於人乎(혹불인어인호)?”

   翁聞而解之曰(옹문이해지왈),     


   ‘有非子造無是翁曰(유비자조무시옹왈)’은 ‘유비자/조/무시옹/왈’ 정도로 끊어 읽을 수 있겠고, 여기서는 ‘지을 조(造)’자가 ‘나아가다’라는 뜻으로 쓰였다는 것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번역문은 위와 같습니다.

   ‘日有群議人物者(일유군의인물자)’는 ‘일/유군/의/인물자’ 정도로 끊어 읽을 수 있겠고, 여기서는 ‘사람 자(者)’자를 ‘일(事)’의 뜻으로 보았다는 점만 확인하면 되겠습니다. 번역문은 위와 같습니다.

   ‘人有人翁者(인유인옹자), 人有不人翁者(인유불인옹자)’는 ‘인유/인옹자, 인유/불인옹자’ 정도로 끊어 읽을 수 있겠고, 여기서는 맨 첫 글에서 이미 설명했지만, 앞뒤 각 구에서 두 번째로 나온 ‘사람 인(人)’자가 ‘사람답다고 하다’나 ‘사람답다고 여기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였다는 점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번역문은 위와 같습니다.

  ‘翁何或人於人(옹하혹인어인), 或不人於人乎(혹불인어인호)?’는 ‘옹하/혹/인어/인, 혹/불인어/인호’ 정도로 끊어 읽을 수 있겠고, 여기서는 끊어 읽기를 할 때 그 끊는 지점이 관습적으로 ‘어조사 어(於)’자 다음이라는 점만 확인해 두면 요긴하겠습니다. 그러니까 ‘人於人(인어인)’은 ‘인어/인’으로, ‘不人於人(불인어인)’은 ‘불인어/인’으로 끊어 읽지, 각각 ‘인/어인’과 ‘불인/어인’으로 끊어 읽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번역문은 위와 같습니다.

   ‘翁聞而解之曰(옹문이해지왈)’은 ‘옹문이/해지/왈’ 정도로 끊어 읽을 수 있겠고, 여기서도 ‘어조사 어(於)’자의 경우처럼 끊어 읽는 지점이 ‘말이을 이(而)’자 다음이라는 점을 확인해두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관습적으로 ‘翁聞而解之(옹문이해지)’를 ‘옹문이/해지’로 끊어 읽지, ‘옹문/이해지’로 끊어 읽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於(어)’자나 ‘而(이)’자처럼 어조사나 접속사의 경우 꼭 그렇게 앞쪽에 붙여서 끊어 읽어야만 할까, 싶기는 한데, 전통적으로 그렇게 끊어 읽어왔다고 배웠고, 그래서 우선은 그걸 따르는 것입니다.

   덧붙여, 저는 여기서 ‘풀 해(解)’자를 ‘해명(解明)하다’의 뜻으로 보았다는 점을 밝혀둡니다. 그래서 번역문은 위와 같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더 나은 번역을 할 수 있는 날을 소망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이, 그리고 이 〈애오잠병서〉가 온갖 종류와 형태의 비방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여러분이 여러분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살아가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또한 간절히 소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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