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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꿍 Jun 05. 2024

만화 그리기 일시정지

남편디스만화

나는 결혼을 하고 남편이 다니는 교회로 옮기게 되었다. 남편은 몇 년간 중고등부 아이들의 교회 선생님으로 봉사를 했고 때문에 이제 막 청년부로 올라온 아이들과 나도 친해지게 되었다.


내가 그린 만화는 교회에 입소문을 타게 되었고 만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었다. 그 만화는 초반에는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그렸지만 남편이 옆에서 재미없다고 다른 걸 그리라고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림 실력이 없어 역동적인 것들은 그리지 못해 내가 그릴 수 있는 만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가장 재밌고 내가 그릴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생각하니 자꾸만 남편 이야기의 소재만 생각났다. (남편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행동들이 정적이어서 나에겐 쉬운 난이도의 인물이었다.)


점점 내가 봐도 남편 이야기만 늘어나고 있을 때쯤 교회사람들은 그 만화를 이제 ‘남편디스만화’라고 이름 붙여 부르고 있었다. 나도 사실 웃기긴 했지만 내 의도는 그런 의도는 분명 아니었다. 남편도 매주 들으니 조금은 짜증이 난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재밌어서 만화를 그리고 있으면 그 모습을 보고 이제 자기 이야기는 그리지 말라고 했다.


어이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겼던 나에겐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었던 남편의 행동을 그린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내가 남편을 디스 하는 꼴이라니 참 웃겼지만 슬펐다. 어느 정도 나도 남편 입장이 이해가 되어서 남편 없는 내 일상을 그리려고 했지만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결혼을 해서 친구들도 많이 못 만나는 상황에서 재밌는 소재는 찾을 수 없었고 연재를 장기 중단하였다.


지금도 내 아이패드에는 올리지 못한 만화들이 몇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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