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부여(2)
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김치요, 특히 우리 엄마김치로 만든 모든 요리요"라고 나의 대답은 늘 같았다. 그 많은 메뉴 중에서도 나는 엄마김치가 제일 좋다. 시원하고 아삭하고 익으면 더 맛있는 엄마김치는 너무 맛있어서 명품김치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집에 오시는 분마다 엄마 상차림의 김치를 한입 맛보고 나면 감탄사를 연발한다. 대학생 때 MT를 가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면 "너희 엄마 김치 꼭 싸 와". 신신당부를 했다. 김치는 늘 내 담당이었다. 내심 뿌듯했다. 어디서든 엄마김치를 먹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엄마는 위암말기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던 중에도 김장김치를 담그려고 하셨던 분이다. 엄마의 고집은 아무도 꺾을 수가 없었다.
“엄마! 그럼 입으로만 코치하셔, 우리가 담글게”
그게 엄마의 마지막 김치가 될 줄도 모르고 나랑 동생은 엄마의 손발이 되어서 그렇게 김장을 했다. 그게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엄마가 없으니 김치 유목민으로 살아가던 어느 날, 남동생의 반가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아빠 집 김치냉장고에서 엄마가 담가 둔 묵은지 한통을 발견했다고 했다.
"누나도 먹을 거야?"
이 자식이 당연한 걸 왜 묻지, 싶었을 만큼 반가웠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었다.
"진짜야? 어디서? 엄마 거 맞아?"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여기저기서 내 사정을 알고 나눠주신 김치로 연명했는데, 엄마김치를 먹을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커다란 호두를 삼키는 것처럼 목이 멨다. 내게 가장 특별한 음식인 엄마김치를 당장이라도 먹을 태세였다.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추억 속에서나 음미할 수 있는 엄마김치가 나왔다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엄마김치를 받긴 받았는데,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지. 언제. 과연 내가 먹을 수 있을까. 엄마김치를 먹어버리면 이제 그럼 엄마가 진짜 없는 것 같아서 망설여졌다. 동생에게 받은 엄마의 묵은지는 그렇게 우리 집 김치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다.
불어난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를 결심한 후 엄마김치로 최후의 만찬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다이어트 하기 전에 앞으로 못 먹으니, 이때다 싶어 이것저것 먹어대면 2~3kg은 늘어서 시작하기 십상이다. 그 과정을 생략하려고 했으나, 이번만큼은 엄마 김치를 먹고 시작해야 잘 될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모셔두자니 나중에 못 먹으면 더 한스러울 거 같고 고민만 하기를 두 달 만에 좋아하는 '참치김치찌개'로 끓여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엄마랑 종종 왔었던 곳에서 뜨끈한 두부와 대파를 사 왔다. 찌개와 같이 먹을 달걀말이와 살치살을 굽는데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우리 딸, 열심히 해.
엄마가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