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수제비
시원한 국물을 먹을 때면 저도 모르게 소리가 납니다.
술을 먹지도 않았는데 해장되는 이 기분..
국물이 맛있으면 뚝배기를 살짝 기울여 숟가락으로 땅을 파듯 긁어먹게 됩니다.
맞아요.
저는 국물 파에요.
그래서 라면 먹을 때에도 면보다 국물을 더 좋아합니다. 면은 버려도 국물에 밥은 꼭 말아먹어요. 특히 계란을 풀면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그 국물이 너무 맛있거든요.
요리의 감칠맛은 육수에서 나옵니다.
맑고 개운한 멸치 다시마 육수
깔끔하고 시원한 채소 육수
구수하고 진한 사골 육수
바다의 깊은 감칠맛 해물 육수
은빛색이 차르르 빛나는 멸치와 두툼하고 검은 광택이 좋은 다시마는 꼭 구비해요.
[좋은 멸치 & 다시마 고르는 법]
멸치: 은빛으로 반짝이며 바닷물의 냄새가 나고 잘 건조된 것
다시마: 뿌리다시마로 두툼하고 폭이 넓고 검은 광택이 좋은 것
멸치는 배를 갈라 똥을 떼고, 다시마는 한 장 꺼내 찬물에 퐁당 담급니다. 보글보글 끓여지면 멸치와 다시마가 맹물이있던 물에 구수한 색을 냅니다.
요즘은 육수팩도 잘 나오고 심지어 1분 만에 녹는 코인육수도 나옵니다. 사용해 보니 맛도 좋고 정말 편리하더라고요.
그런데 재미가 없어요.
직접 멸치 똥도 떼고 다시마도 잘라가며 만들면 요리 시작부터 설렘이 느껴집니다. 저는 이 시간이 재밌어요.
잘 우러난 육수에 갖은 재료를 넣어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요리는 나의 깊은 속까지 건강하게 채워줍니다.
요즘 육수 만드는 재료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표고버섯기둥은 모아두고
보리새우도 구매해 넣어봅니다.
파뿌리는 이제 버리기가 아까워졌어요.
이렇게 모아둔 육수 재료들은 내 입맛에 골라 육수망에 넣어 우려냅니다. 그럼 국물 한 숟가락에 “캬아~” 소리가 절로 나와요.
신랑이 가끔 제 요리 영상을 보면 이런 말을 자주 해요.
“만드는 과정을 보니까 더 맛있게 느껴진다.”
맞아요.
작은 정성이라 할지라도 정성이 담긴 요리는 빈 속뿐 아니라 마음도 채워주거든요.
오늘도 정성스레 차린 저녁 식사에 배 통통 두들기며 흡족해하는 신랑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별로 차린 것도 없어요.
감자 수제비.
밥도 반찬도 고기도 없지만 그 어떤 푸짐한 한 끼보다 든든하게 채워집니다.
오늘 여러분들의 식탁에도
고단했던 하루를 따뜻하게 채워줄
한 끼가 있기를 바랍니다.
• 재료 (2인분)
밀가루 3컵
물 1컵
홍합 900g
감자 2개
양파 1/2개
대파 1/4대
당근 조금
멸치 다시마 육수 2L
간: 국간장 1T, 멸치액젓 1/3T, 소금 1/2T
• 레시피
1.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섞어줍니다.
2. 반죽이 다 되면 봉지로 덮어주세요.
3. 육수에 간장, 액젓, 감자를 넣어 익혀줍니다.
4. 양파, 당근을 넣고 중불로 줄인 후 반죽을 떼어 넣어주세요.
5. 홍합을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춰줍니다. (센불)
6.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여주세요.
• tip
- 밀가루반죽은 클레이처럼 말랑한 정도가 좋아요.
- 소금은 간을 보며 조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