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04 거짓말

by 김명복

'늑대가 나타났어요.'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를 들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너무 심심해서요 ㅎㅎ'


어느 날 진짜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의 양들을 한 마리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놀란 소년은 큰 소리로 외쳤다.


'도와주세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마을 사람들은 이번에도 거짓말 이라며, 벌써 몇번째냐며 그냥 무시했다.

결국 양치기 소년은 모든 양을 잃고 말았다.



내 마음속에도 양치기 소년이 살고 있다.

바로 '감정'이다. 감정은 항상 거짓말을 한다.


운동할 때는 이렇게 나에게 속삭인다.

'운동 가기 싫다. 아-너무 귀찮아.'

'더 자고 싶고, 그냥 핸드폰 보고 싶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 보면 항상 잠든다.

뒤늦게 일어나면 언제나 후회한다.

후회가 반복되면 자책이 되고 스스로를 단념하게 된다.


‘나는 진짜 아침 운동은 안 되는구나’



운동을 가도 쉽지 않다.

밤새 굳은 몸을 움직이는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걷기만 하자. 달리지 말고. 오늘은 무릎도 안 좋은 것 같고 컨디션도 별로인 것 같아.

그러니 조금만 있다 가자. 아니면 의자 앉아 쉬었다 가던지.



감정은 언제나 시작을 방해한다.

가야 하는 데 너무 힘들어 못 가겠어. 오늘은 좀 쉴까. 조금만 더 자자.

이런 식으로 항상 내가 원하는 하루로 시작하는 걸 방해한다.


항상 정답만 이야기한다.

어제 너무 늦게 잤나 보다. 수면이 부족해.

몸도 찌푸등 한 게 운동 가면 컨디션 나빠질 것 같아.


이성적으로 틀린 말이 없기에 대꾸도 못한다.

긍정적인 목소리라면 다행이지만, 반대라면 힘들어진다.

스스로 힘들 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실험하기로 했다.

처음 기상했을 때 달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그땐 그렇게 느꼈다. 그게 진실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목소릴 뒤로 하고 운동장에 도착했다.


달렸다.

멈추고 싶었지만 그냥 달렸다. 여기서 멈추면 '감정'이 했던 말들이 사실이 될 테니까.

솔직히 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운동? 그냥 숨쉬기 운동이면 충분하다.

근데 달렸다. 왜?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바퀴는 여유롭게 완주할 수 있음을. 어제도 달렸으니까


오늘도 무사히 약 20분 동안 3-4킬로를 달렸다.

나를 실험한 결과 나는 ‘할 수 있다’로 확인되었다.



내 감정하는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었다.

힘들다. 싫다. 귀찮다.


실제로 운동 대신 잠들기 일쑤였고 오전 운동은 무리라 생각했다.

일어나 운동장 가는 것도 고역이었으니까.


꾸역꾸역 운동한 하루들이 조금씩 쌓였다.

그 결과 지금은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기상은 힘들고 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감정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거짓말할 것이다.


가끔 감정이 말하는 거짓말에 넘어가 잠잘 때도 있다.

그런 날은 괜스레 하루가 힘들고 감정도 무거워진다.

운동은 하기 싫어지고 스스로 위축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허벅지를 본다.

두꺼운 근육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손으로 만지면 딱딱하다.

종아리는 잔근육이 튀어나오고 몸무게는 4킬로가 감량되었다.


말랑했던 내 다리가 제법 그럴 듯 해 보임에 흐뭇함을 느낀다.

빠르던 느리던 걷고 달렸을 뿐인데 이런 변화된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게 말한다.


'그것 봐,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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