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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말 세마디

봄 이야기 - 넷

 신입 사원들은 이러한 현실의 자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일하는 곳은 집이나 학교가 아니라 경쟁이 만연한 '직장'이다. 당신이 기대했을지 모르는 아껴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분위기는 당신이 진정하게 그들과 온전히 한 팀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서 싹이 틀 가능성은 갖게 될 것이다. 신입 사원은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당장은 혹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혹이다. 그들의 시간과 정열 그리고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고 당장 얻어지는 것(자기들 업무 부담의 경감)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들와 온전히 한 팀이 되는 지름길은 '맡겨진 업무'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쌓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잘 가르쳐 주지 않고 화 내고 까탈스러운 선배는 왜 그럴까?


 이유는 사실 꽤 간단하다. 보통은 당신에게 업무를 가르치는 선배도 사실 별로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후배앞에서 창피당하고 싶은 선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문제의 본질은 창피당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진실은 신입 사원이 질문하는 내용에 대하여 선배가 전부다 알고 답변을 해 주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격지심 혹은 과도한 자존심 때문인지 선배라면 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후배 혹은 신입 사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면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하면 그뿐인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바로 이때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이 더 커지면 결국 화를 내는 사람도 나타나게 된다. 말이나 표정을 통하여 짜증과 화가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그런 내적 동요는 미묘하게라도 결국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은 환하게 웃고는 있지만 이미 빈정상한 사람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웃음으로 모든 것을 가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자신이 '엉터리로' 가르쳐 준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 타박을 하면서 서로 감정이 상하게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가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전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만약 당신의 강사 혹은 선배가 당황하거나 짜증을 내면 한번쯤은 그의 입장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게다가 그 강사 혹은 선배는 자기 일할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 교육을 위한 충분한 준비나 공부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선배도 불과 몇 년 앞서 입사한 풋내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당신을 가르치는 그 선배는 지금 너무도 하기 싫고 당장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을 할 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우리는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게 되면 일단 먼저 일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특히 신입의 경우 새로운 일에 대한 숙지는 향후 회사 생활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이다. 그런데 일을 배워야 하는데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선배는 진짜 왜 그런 것일까? 그리고 가르치면서 화를 내기도 하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면서 지적을 하는 선배는 왜 그런 것일까? 요즘 세상에 그런 선배가 어디있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백번 양보하여 화를 내거나 트집을 잡는 경우는 적다고 하더라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선배’의 존재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을 것 같다. 앞에서도 그 이유에 대하여 잠시 서술했듯이 그런 사람은 꽤 많다.


 좀 더 자세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하여 나의 다른 글에서 몇 번 거론한 적이 있는 파레토 법칙을 또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너무 우려먹는 느낌인데 나의 경험상 파레토 법칙은 그런 현상을 가장 적절하게 설명 할 좋은 방식이다. 파레토 법칙은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런 파레토 법칙을 적용하면 확률상 나를 교육시키기 위하여 훌륭한 역량을 가진 선배가 내게 배정될 확률은 20%이다. 즉 1/5 인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80%가 형편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능력을 가졌고 일부는 평균 이하의 능력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이 부분을 말함으로써 나는 왜 당신(내 글을 읽는 신입사원의 80%)에게 배정된 선배가 뛰어나게 가르치는 능력이 없는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할 때를 상기해 보기 바란다. 선생님들이 일률적으로 잘 가르치던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례를 들어가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가르치는 분이 계시는 반면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게 가르치는 분도 계신다. 선생님 혹은 교수님은 그래도 가르치기 위한 전문 자격증이라도 있는 분들이다. 그런 분들도 잘 가르치는 분과 그렇지 못한 분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자격을 공식으로 인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물며 직장에서 여러분들에게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선배들이 가르치는 자격이 있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사실 1/5이라는 확률도 여러분이 훌륭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선배를 배정 받을 수 있다는 비율로는 적지않게 도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는 질문이 나올 것 같다. 앞선 글 '말  한마디' 편을 다시 보길 권한다. 거기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번 주제와도 연결이 된다. 그 글에서 선배가 잘 가르쳐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을 잘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아내면 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잘 가르칠 수 없는 선배가 겪는 심리적 부담’에 대하여도 일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왜 선배는 잘 가르칠 수 없을까? 그리고 가끔 화를 내기도 하고 답답해 하기도 할까? 내가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런가? 다양한 의문이 들텐데 서두에 써 놨듯이 일단 선배도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물론 통상 선배는 신입 사원 보다는 월등히 많은 지식을 갖고 있겠지만 그래봐야 1년 혹은 2~3년 선배일 뿐이다. 이미 언급한 내용이기도 한데 선배라고 하더라도 그런 미미한 경력을 가지고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은 매우 제한적이다. 신입들의 예측을 넘어서는 질문에 답을 하고 명쾌한 논리를 세워서 정보를 전달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역량이 필요한데 그 정도 경력의 선배는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아니 거의 없다. 일부 신입 사원들은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선배로부터 너무 많은 기대를 한다. 꿈을 깨야 한다. 대학의 조교와 비슷하다. 조교와 교수는 그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다. 조교에게서 교수와 같은 수준의 가르침을 기대하는 대학생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력이 미미한 선배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따라서 그 선배들이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고 간혹 그런 점에 대하여 자존심이 상하고 또 부끄럽기까지 하여 애꿎은 후배 신입사원에게 화를 내곤 하는 것이다. 당신들에게 일을 가르치는 선배도 기껏해야 20대 중반 혹은 30대 초반임을 잊지 말라. 그들도 아직 한참 배울 것이 남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질문했는데 선생님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꽤 당황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품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분은 ‘내가 어떻게 다 아냐? 나중에 확인하여 알려주마’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하시지만 일반적으로는 당황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도 입사 초기에 후배에게 업무를 지도할 때 그런 느낌을 간혹 받았었다. 아는 것도 없는데 나의 이해를 벗어난 질문을 받으면 사실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기도 어렵다. 


 이와 같이 단지 신입 사원들 보다 몇 살 더 먹은 미숙한 청춘이 그보다 더 미숙한 청춘을 가르치는 작업이 신입사원 교육인 경우가 많다. 또한명의 미숙한 청춘(선배)이 완벽한 가르침을 제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신입 사원의 입장에서는 친절하고 깔끔하게 질문에 답변을 해 주는 선배가 필요할 것이다. 어려운 사항도 사례를 들어가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선배라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그런 선배(교육을 시키는 강사)를 당신이 만날 확률이 20% 이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의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지 못하는 답을 줘서 미안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여러분들, 즉 신입 사원들은 이러한 현실의 자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일하는 곳은 집이나 학교가 아니라 경쟁이 만연한 '직장'이다. 당신이 기대했을지 모르는 아껴주고 끌어주고 밀어주는 분위기는 당신이 진정하게 그들과 온전히 한 팀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서 제대로 싹이 틀 가능성은 갖게 될 것이다. 신입 사원은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이긴 하지만 당장은 혹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 혹이다. 그들의 시간과 정열 그리고 노력을 투자해야만 하고 당장 얻어지는 것(자기들 업무 부담의 경감)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들과 온전히 한 팀이 되는 지름길은 '맡겨진 업무'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쌓는 것에서 시작해야 비로서 찾을 수 있게 된다. 

 

 이 글의 제목은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선배, 화를 내고 까탈스러운 선배는 왜 그럴까?' 였다. 잊지 말기 바란다. 그들이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을 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말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말 한마디'편을 참고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비밀같지 않은 비밀 하나를 이야기 하겠다. 사실 일을 좀 배워보면 특별한 비법은 별로 없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일정한 절차를 준수하여 행하는 것'이 일이다. 그 절차의 복잡성 그리고 그 절차에 따라서 행할 때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의 조합이 그 '일'을 어렵게 한다. 결국 경험이 쌓여야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경험이 전무한 신입 사원 시절에는 일을 잘 하기가 매우 어렵고, 따라서 배우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힘들어도 너무 조급해 하지 말라는 말이다. 늘 겸손하고 예의 바른 자세와 언행으로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비록 '아는 것이 별로 없는 선배'라고 하더라도 이런 후배 신입 사원을 안타까워하여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물론 배우는데 시간이 걸리니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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