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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말 네마디

봄 이야기 - 다섯

 내가 원하는 것이 돈인가? 워라벨인가, 직주근접인가? 아니면 무엇을 위하여 이직을 하려는 것인가? '왜'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경력을 전환한다. 이직의 사유는 정말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 무엇 때문에 이직을 하지 무엇 무엇을 위하여 이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한 어감의 차이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방향에 차이가 있다. 










One Club Man 


 프로 선수들은 현역으로 있는 동안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계속 한 팀에서 있다가 은퇴할 경우 One Club Man이라고 하여 한 곳에서 프로의 생활을 명예롭게 마감한 것으로 인정받는 것 같다. 사실 일반 직장인들도 프로이긴 마찬가지다. 보통 성과와 역량에 따라서 진급도 하고 연봉도 받으니 말이다. 그리고 몸값을 더 쳐주는 곳으로 이직을 하기도 하고 제 값을 못하면 쫓겨나기도 하니 직장인은 실제로 프로다.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요즘 들어서는 한 직장에서 경력을 끝내는 경우가 거의 드물어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계속 새로운 분야에서 다양한 일거리를 경험할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일 것이다. 갈 곳이 일단 있어야 경력을 계속 전환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쁘고 좋고를 떠나서 이제는 한 직장에서 사회 생활을 마치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현 시점기준으로 내가 그 희귀한 일을 하고 말았다. 향후 다른 직장을 잡을 수도 있지만 일단 한 직장에서만 햇수로 30년을 채우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쨌든 난 아직 원클럽맨이다. 실제로 나같은 직장인 One Club Man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거의 95% 이상은 정년 전에 이직하거나 조기 퇴직을 하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최근 퇴직을 했고 아직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않았고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어쩌면 One Club Man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미래에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처럼 햇수로 30년간 한 직장에서 일을 한 것은 사실 자랑할 것은 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냥 내가 내 삶을 그렇게 운용하기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30년에 가까운 많은 세월이 지났고 이렇게 한 직장에서 나의 사회 생활을 일단 끝내다 보니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재직 중에는 내가 아끼는 후배들이 이직 관련 상담을 요청했을 때 나의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자주 있었다. 나처럼 이직을 하지 않은 사람이 이직 관련된 조언을 하는 것이 적절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직을 하지 않을 경우 어떤 느낌이 드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조언이 가능했다. 나 스스로가 이직한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나만의 좁은 경험을 가지고 감히 수많은 신입 사원들에게 이직이나 경력 개발에 대한 조언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30년간 적지 않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 중에서 일부 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현재 Career에 대하여 혹은 이직에 대하여 고민이 있다면 계속 읽어 보길 권한다. 대충 이직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해 줬던 것 같다.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평해 보라


 이직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살펴보기 바란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서는 떡을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데 김치국물부터 마시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능력'이 필요한 자리나 직장이 탐이 날 수도 있다. 물가가 잔뜩 올라서 만원이 되어버린 짜장면을 5천원에 사먹을 수는 없다. 모라잔 5천원은 본질적으로 '능력'이다. 만원이 없으면 5천원짜리 김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전혀 슬픈일이 아니다. 주어진 여건에 맞춘 합리적 행위일 뿐이다. 나중에 돈 더 벌어서 짜장면을 먹으면 될 일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지금 능력이 부족해서 얻을 수 없는 자리라면 배움을 최대한 채워서 다시 도전하면 된다. 물론 쉽지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반대로 나에게 없는 줄 알았던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믿지 않고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는 경우도 있다. 5천원 밖에 없는 줄 알고 김밥을 사먹었는데 다른 주머니에 만원짜리가 한 장 더 있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와 같다. 김밥(현직장)에 만족하면 일단 그대로 있으면 되고 짜장면(새로운 직장)이 먹고 싶으면 중식집을 다시 찾아가면 된다. 사람들은 성향이 참으로 다양하다. 자신감이 과해서 그냥 평범한 능력인데 꽤 많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능력과 역량이 출중하면서도 자신은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소극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자신에 대한 객관성이 결여된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객관성의 결여는 자신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사실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변에 상의할 사람, 특히 진심으로 나를 평가해 주고 필요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들의 평가가 어쩌면 나의 평가보다 더 냉정하고 정확할 수 있다. 다만, 자신에게 그렇게 조언을 해 줄 사람을 찾기도 역시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본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냉철한 눈과 이성'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자신의 성품이나 행동의 옳고 그름과 같은 경우는 자기 중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판단이 객관적으로 타인의 관점에서도 수용이 가능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자신의 능력이나 자격에 대해서는 비교적 객관적인 자평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능력과 자격은 다른 수단과 절차를 통해서 이미 공식적으로 평가받은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왔고 어떤 전공을 공부했으며 어떤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경력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자기 스스로 파악하여 평가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따라서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자평을 위해서 우리는 자신이 과연 어떤 역량을 가졌는지 기술해 봐야 한다. 생각만 하지 말고 경력과 능력 혹은 자격에 대하여 Resume를 세밀하게 작성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역량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을 기록하면 된다. 정성을 다하여 기록한 후에 몇 일 지난 후에 다시 읽어 보면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은 내용이 일부 발견될 것이다. 그런 부적절한 내용들 제거하고 나면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의 자기평가서를 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때서야 당신의 실질적인 역량과 자격이 파악되며 따라서 원하는 곳으로의 이직이 가능은 한 것인지 그렇다면 언제 가능할지 등에 대한 판단이 설 수 있다.  


 실제로 Resume를 정기적으로 갱신하면서 관리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직에 성공하는 사람은 자신의 실질적 경력 관리를 이런 식으로 기록하고 평가해왔던 사람이 많다. 이렇게 기록하고 평가해왔던 사람만이 이직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직에 성공한 사람중 이렇게 경력을 기록하고 관리하지 않았던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알면서 안하는 사람도 있고 몰라서 못했던 사람도 있다. 당신이 만약 이번에 이런 내용을 알게 된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길 권한다. 이직 여부와 상관없이 현직장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능력과 경력 그리고 역량을 통하여 원하는 다른 부서로 지원할 기회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이 현재 속해 있는 조직이 언제 당신에 대한 태도를 바꿀지 모르는 점도 생각해야만 한다. 개인이 조직을 떠나기도 하지만 조직이 개인을 떠밀기도 한다. 그런 조짐이 보이면 먼저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며 그때 기존의 경력 관리에 대한 세밀한 기록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정하라


 내가 원하는 것이 돈인가? 워라벨인가, 직주근접인가? 아니면 무엇을 위하여 이직을 하려는 것인가? '왜'라는 질문을 끝없이 던져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경력을 전환한다. 이직의 사유는 정말 다양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엇 무엇 때문에 이직을 하지 무엇 무엇을 위하여 이직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순수한 어감의 차이지만 결정적으로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방향에 차이가 있다. 


 '때문에'의 경우는 내가 어떤 상황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이고 '위하여'의 경우는 내가 목적을 향하여 움직이는 능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는 '때문에' 보다는 '위하여'의 비중이 조금 더 높았던 것 같다. 조금 더 설명해 보면, 월급이 낮기 '때문에' 보다는 더 내 역량에 맞는 대우를 받기 '위하여' 경력 전환을 생각해야 한다. 질 낮은 관리자나 리더로 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보다는 진정으로 내 삶을 빛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리더를 찾기 '위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기로 결정해야 한다. 집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피곤하기 '때문에'가 아니라 직주 근접을 통해서 시간을 더 확보하여 추가적인 가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다른 직장을 찾기로 결심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도 가혹한 워라벨 현실에 짖눌려서 더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가 아니라 합리적인 워라벨을 확보하여 삶의 균형을 되찾고 그런 업무 환경 속에서 나의 개인적 성장을 더 가속화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는 선택을 해야 한다. '때문에'는 수동적 선택이고 '위하여'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이다. 

 

 물론 굳이 '때문에'와 '위하여'로 구분하여 설명을 했지만 거의 서로 내용은 비슷할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영향을 받는 수동적 상태보다 내가 새로운 변화를 향해서 나가는 능동적 상태로 상황을 해석해 보자는 것이다. 새로운 경력을 만들고 싶다면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이직이어야지 다른 이유 때문에 받은 영향으로 이직에 내몰려서는 안 된다. 작은 사고의 전환이지만 당신에게 뭔가 생각의 방식을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도하라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어쩔 수 없이 주관이 많이 섞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객관적 관점에서 자평한 결과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지 않고 따라서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이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나는 당신이 새로운 경력을 개발하기 위한 이직을 할 것을 적극 권한다. 내가 말한 '이직을 권한다'라는 말에만 집중하기 전에 앞선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능력과 경험이 부족하지 않고 본인에게 이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시도하라는 것이다. 능력도 안되고 경험도 짧고 단지 맘에 들지 않는 여러 조건 '때문에'하는 이직은 새로운 직장을 얻는데 성공하더라도 '때문에'의 상황에 당신을 또 다시 빠뜨릴 위험이 있을 뿐이다. 


 신입 사원들 혹은 경력이 몇 년 되지 않은 신입 사원급 사원들의 이직률은 이미 상당히 높다고 한다. 내가 재직할 당시에도 같은 상황이었다. 상당한 수가 수시로 이직을 했고 그 때문에 최근 3~4년간 늘 채용을 반복 할 수 밖에 없었다. 왜 이직률이 높냐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아무튼 매우 높은 비율의 신입사원들이 조기 퇴사 후에 이직을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때문에'의 상황에서 조직을 이탈했다. 물론 '위하여'의 관점에서 성공적으로 이직을 한 사원도 적지 않다. 


 반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주저하면서 이직을 시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능력과 경험이 충분하지만 그들 스스로 이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판단을 재고해 보라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 번 정도는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신이 이직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그곳에 머무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지만 '그곳'이 결코 당신을 계속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은 알아채야만 할 것이다. 넋 놓고 주어진 일만 하다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리고 그들이 느지막히 외치는 단말마(斷末魔)는 '나는 회사를 위하여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왜 내게 이러느냐!' 인 경우가 많다. 


 넋 놓고 있지만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계속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능력이 기본 조건이지만 그게 결코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 없는 다른 이유로 갑자기 '그곳'에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능력과 전혀 무관하게 말이다. 주변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도태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광경을 자주 봤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평소에 자신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시장의 평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앞서 작성한 Resume를 링크드인과 같은 사이트에 올리고 주기적으로 꼼꼼하게 업데이트만 하면 된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새로운 것이 공익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길 것이고 새로운 가치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을 하는 선택을 하지 않으면 지금 상태에서 변화가 생기기는 불가능하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밥을 떠 먹여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어쩌면 당신이 지금 아무런 시도 없이 현상에 매몰되어 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면 당신은 그냥 수동적으로 밥을 얻어먹고만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그럼 자신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능력을 평가해 봤는데 자신이 평가해 봐도 좀 부족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 있고 따라서 이직을 시도해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당연히 이런 분들도 시도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권리마저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당신이 노래 실력이 좀 부족하다고해서 노래방에 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평가한 자신의 모습이 과소 평가되었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여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나도 떳떳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물론 내 선택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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