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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Aug 01. 2024

롤 모델

봄 이야기 - 일곱

 뛰어난 업무 역량이 있는 경우 그의 역량은 계속 더 증가한다. 경험의 범위가 넓어지고 빠르고 신속하며 품질 있는 업무 성과를 통하여 더 많은 여력을 창출하고 이것은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결국 일을 잘 하니 여유가 생기고 따라서 일을 많이 해도 삶의 균형을 가져오는 취미 활동에 쏟을 시간도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삶의 균형을 거의 완벽하게 유지했다.     






롤 모델이 있나요?


 당신에게는 진정한 롤모델이 있는가? 그곳이 직장이든 학교든 아니면 그 어디든 말이다. 롤모델은 해야 할 일에 있어서 본 받을 만하거나 모범이 되는 대상을 말한다. 직장인의 경우 회사 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일부 운이 좋은 사람은 정말 거의 모든 면에서 닮고 싶은 상사를 만나기도 한다. 자신이 재직하는 회사이든, 거래처이든, 고객이든 아니면 그 어디서든 자신의 업계에서 롤모델을 만났다면 그건 행운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운이 너무도 좋게도 그런 사람을 만났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만난 닮고 싶은 상사에 대한 내용이다. 명확히 꼽을 수 있는 분은 두 명이다. 먼저 입사 초기에 만났던 상사 한 분이 내가 닮고 싶은 분이었다. 결과적으로 나도 그분을 일부 닮아 갔음이 나중에 확인되었다. 그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좋은 영향을 주신 분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분은 내가 경력이 거의 완전히 무르익을 나이인 40대 초에 만난 극도로 높은 수준의 시야로 일을 했던 분이다. 나이가 40대 초반이면 이미 머리가 클대로 다 커서 새로운 영향을 받기가 쉽지 않은데 그분의 영향력은 너무도 커서 이미 내게 형성되어 있던 단단한 고정관념과 신념을 쉽게 뚫어 버렸다. 

 

 그분을 만난 것은 2011년도 였다. 당시에 만난 것이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나의 시야와 기대를 뛰어넘는 분이었다. 그에 대하여 기술하자면 너무너무 긴 이야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간략하게 서술하려고 한다. 단점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내가 영향받은 대단한 장점에 집중하려고 한다. 단점은 본받지 않거나 그 반대로 하면 되니 생략하도록 한다. 그는 물론 위인은 아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롤모델은 대단히 협소한 개념이다. '직장'에서 본 받을 만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분으로부터 내가 최대한 배우려고 노력한 그로부터 관찰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프로페셔널 


 일단 그는 기업의 중역이었다. 40대 초반의 직장인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의 연령을 고려하면 당연한 위치일 것이다. 그는 일에 완벽을 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시적인 것이든 거시적인 것이든 시야가 매우 넓었다. 계속 일과 관련된 공부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의 반증이다. 본인이 모르는 분야에 대하여 아랫 사람에게 질문하고 조언 받기를 주저하지도 않았다. 생각 외로 아는 척하는 ‘높은 분’들이 회사에는 많다. 나도 그런 사람은 많이 봤다. 그의 경우는 아는 것은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상세히 알기 쉽게 이야기했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아는 직원의 말에 귀기울였다.


 그의 완벽히 프로페셔널한 일 처리 사례를 하나만 들겠다. 매 해 12월에 경영진에게 그해의 실적과 다음해의 사업 계획을 보고하는 회의가 있었다. 당시 나도 배울 것이 있을 테니 참석하라고 하여 운좋게도 최고 경영진의 회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국제 화상 회의였기 때문에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나면 화면에 비치지 않고 회의 내용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자료의 준비를 위해서 약 3~4개월간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을 봤던 나도 그 회의 방청에 대한 기대가 컸다. 발표와 관련하여 너무 많은 사항이 있었지만 매우 예외적인 부분만 예를 들어 보겠다. 그 분은 일단 약 100쪽에 이르는 발표 자료를 40분 만에 완벽한 스토리라인으로 막힘없이 설명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리허설을 본인 혼자 약 1개월간 집이나 회의실에서 연습하면서 준비했다. 본인도 이미 거의 20여년이나 미국에서 현지인들과 일을 해서 상당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지만, 더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으로 발표할 수 있도록 반복하여 준비를 한 것이다. 


 총 100쪽이라서 이걸 40분 만에 완료하려면 정말 핵심적인 내용만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하고 모든 자료에 대한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간에 질문이 나올 경우 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한 시간 소모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질문도 몇 개 나왔었는데, 그 질문들은 미리 자료에 표기해 놓은 예상 질문에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정확한 답변이 가능했다. 그는 주어진 40분의 시간 중에서 39분 50초를 사용했다. 그리고 발표의 종료 후에 그는 회사 최고 경영자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모든 회의가 종료되고 웹카메라가 꺼진 후에 그는 내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이차장님, 올 한 해에 대한 성과 보고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 자료를 내가 언제부터 준비했는지 아시나요?' 나는 당연히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그의 대답은 아래와 같았다.   

   

 '작년 12월 이즈음에 동일한 실적 보고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다음 해의 실적 보고를 위한 정보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1년을 준비한 것입니다.' 나는 그분이 이 자료를 약 3~4개월 간 준비한 것으로 생각했었고 그것도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그 몇 배인 1년을 준비했던 것이다. 그분은 계속 이야기를 이었다.

   

 '총 7~8개월여간 업계 동향 자료, 기술 동향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후에 8~9개월째부터 그간 수집된 자료를 보완하면서 발표 자료의 구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약 3 개월간 추가로 확인된 정보를 더하면서 발표 자료를 보완해 갑니다. 그후 회의 1개월 전에 세부적으로 핵심 자료를 추리고 발표할 스토리라인을 구성하고 동시에 프레젠테이션을 혼자서 리허설 합니다. 그리고 회의 2주 전에 발표 자료를 책자화해서 화면을 오랜 시간 보기에는 시력이 충분치 않은 경영진에게 페덱스로 보냅니다. 아까 화면에서 회장님께서 보고 계셨던 그 서류철이 내가 비서를 통해서 보낸 그 자료입니다. 그리고 잔여 1주일간 오탈자가 있는지 계속 재확인하고 발표할 내용을 재숙지하고 만약 변동 사항이 발생하면 내가 프린트 해놓은 자료에 수기로 추가하여 혹시 모를 혼선에 대비합니다. 그리고 발표 당일인 오늘 40분간에 걸쳐서 발표를 한 것입니다. 따라서 내년 실적 발표 자료의 준비는 내일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하루 쉬어야지요.'


 다른 사례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위 내용만 보면 프로다운 일처리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같은 보통 사람의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생각도 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고위 직급에 올라가면 대부분 아랫 사람들을 들들 볶아 가면서 보고 자료를 만든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꽤 많은 고직급자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보가 농축된 자료를 만들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민하고 똑똑한 부하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심지어 그 준비 과정에서 오히려 소리치고 트집잡고 비아냥대면서 도움을 주는 직원을 타박하는 고위중역들을 볼 때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의 롤모델은 일단 업무 성과 및 완벽한 업무 처리, 분석 능력, 보고 능력, 등 '일'과 관련된 영역에서 매우 뛰어나야 그 대상에 선정될 기본적인 조건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관점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그분의 프로페셔널한 부분에 대하여 제일 먼저 기술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롤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 외에도 다른 많은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가 완벽한 롤 모델로 내 가슴속에 새겨지려면 다른 분야에서도 감동과 놀라움을 줘야 하는데 그 분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일 외의 나머지 영역은 간단히 기술하겠다. 내가 그분의 행동에서부터 느낀 내용을 여러분들에게 전달하는 관점에서 기록한다.   




회사가 아닌 자신에게 충성하라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확인된 그의 가르침은 다음과 같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성과(돈 벌어주기)를 내는 것에 집중하고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야한다. 그리고나서 회사에 보상을 요구하라. 성과를 냈다면 결과적으로 당신은 회사에 충성한 것과 같은 일을 한 것이고, 따라서 남은 것은 당신의 노력에 대한 회사의 정당한 평가다. 그걸 요구하고 받아라.' 다분히 미국식일 수도 있는데 요즘은 우리나라도 꽤 통용되지 않을까? 실제로 나도 고과 평가를 할 때 자신의 성과를 자료를 통하여 제시하면서 높은 고과를 요구하는 피고과자를 경험한 적이 있다. 나는 그의 주장이 합리적으로 판단되어 그가 요구한 고과를 줬었다.   


 회사와 개인은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서로 조건을 보고 같이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럼 서로 제공하기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족같은'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회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서 성과를 내는 것은 회사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자기 자신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좀 더 부드럽게 포장하면 회사 보다는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는 말일 것이다. 오해를 해서는 안되는 부분은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충성의 순서를 말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내가 되는 것이 우선이고 그것이 곧 회사에 충성하는 길이 될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재 정립하라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방식과 깊이로 일하는 그의 모습은 내 관점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차원이었다. 그런 경험을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 분야가 더 폭넓게 존재하고 그걸 내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의 선배들로부터 배운대로 일을 하게 된다. 물론 특출나게 뛰어난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을 향후에 더 발전시켜서 스스로 성장을 지속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배운대로 일을 하는 것에 머무를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누구에게 처음 일을 배웠냐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로부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험하면서 그동안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업무 수행 능력을 배울 수 있었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업무의 한계가 상당히 넓어질 수 있었다. 그 전에는 나의 경력과 전공 등을 이유로 경영지원 업무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덕분에 긴박한 제조 현장에서도 일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나의 성향을 고려할 때 전혀 할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영역까지 업무 분야가 넓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제조 현장에서의 일이나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일에서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냈다. 물론 나의 능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고 매우 뛰어난 부하직원들의 지원을 아낌없이 받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긴하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나의 한계가 그와의 경험을 통하여 더 넓어졌다는 것은 매우 명확한 사실이다. 그 후에도 실제로 그분이 일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많은 인정을 받기도 했다. 단순하게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일을 하면서 역량을 끌어 올리고 경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역량이 올라가면 더 많고 더 높은 수준의 일일지라도 오히려 더 짧은 시간에 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삶의 균형 


 그렇게 완벽하게 몰두해서 철저하게 일을 하면서도 그는 취미 생활마저 포기하지 않았다. 주말에는 드럼을 쳤고, 골프도 거의 매주 빼놓지 않고 즐겼다. 게다가 매주 최소한 책을 10권 이상은 읽었다. 그 영향으로 나의 독서량도 증가했었다. 사실 삶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한 다양한 업무 외의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역설적으로 '일을 잘 하는 것'이다. 업무에 뛰어나면 남들과 비교하여 똑같거나 훨씬 뛰어난 성과를 더 짧은 시간에 해 낼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그는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돈이 많은 부자가 써도 써도 돈이 줄지 않는 이유와 비슷한 것 같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꽤 규모있는 자산가의 경우 적당한 소비 패턴을 유지할 경우 보유 자산에서 나오는 금융 소득이 소비액을 초과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그의 자산은 써도 줄지 않게 된다. 


 일도 비슷하다. 뛰어난 업무 역량이 있는 경우 그의 역량은 계속 더 증가한다. 경험의 범위가 넓어지고 빠르고 신속하며 품질 있는 업무 성과를 통하여 더 많은 여력을 창출하고 이것은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결국 일을 잘 하니 여유가 생기고 따라서 일을 많이 해도 삶의 균형을 가져오는 취미 활동에 쏟을 시간도 더 많이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그런 식으로 삶의 균형을 거의 완벽하게 유지했다.     




진정한 열린 귀 


 그는 부하 직원의 말에 늘 귀 기울였다. 그의 의견에 반하는 내용이라도 만약 타당하면 그 자리에서 수긍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무서운' 사람으로 생각된다. 정말 용감한 사람이 아니라면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고위직' 사람들은 너무도 많이 봤다. 자존감이 뛰어나고 자신감과 능력이 있는 사람은 실수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무리 중대한 실수를 했더라도 회사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일을 하다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일로 갚으면 된다. 그리고 그는 '일'에 자신이 있다. 따라서 빨리 인정하고 바로잡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고 두려움이 큰 사람들은 끝까지 자신의 실수를 숨기려 한다. 특히 자존감이 낮고 두려움이 큰 '고위직'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나 잘못이 명확함을 스스로 알아도 인정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린다. 주위에 그런 사람이 한 두 명은 있을 것 같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늘 오픈마인드 혹은 열린 토론 등을 설파하는 역설적인 행위를 거리낌없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덤으로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에게 교묘하게 떠넘기는데 매우 익숙하다. 그런 사람이 우두머리인 조직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리더가 B급이면 그는 B- 혹은 C급과 일하려고 한다. S나 A급 직원을 수용할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S 급 혹은 A급은 그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식으로 조직이 무너져 가는 것이다.   




아낌없이 베푼다


 그는 연봉도 높았고 개인적으로 투자도 잘해서 적지 않은 자산을 갖고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부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그가 억대의 기부를 교육 단체에 하는 것도 내가 직접 봤고, 어려움에 처한 직원에게 사비로 휴가비를 슬쩍 넣어 주는 것도 봤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보면 늘 지갑을 꺼내서 나누어 줬다. 냉철한 가슴으로 철저히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적을 챙기는 분인데 가슴속은 한 없이 따스했다. 이 부분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영역이라서 매우 존경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아직도 존경한다.   

 




 적어도 내가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그로부터 배운 모든 것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적용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중 특히 마지막 사항은 정말 쉽지 않았다. 사실 수입이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한적인 선에서 나름 나눔의 시도는 했었다. 그러나 수입이 적어도 남을 돕는 사람은 적은 수입에서도 최대한 돕는다. 이런 관점에서 나도 나눔을 하기는 했지만 내세울 정도는 되지 못한다. 최대한이 아니라 최소한으로 도왔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회사 생활을 일단 마감한 상태인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와 같은 리더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었다는 것은 실로 커다란 행운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난 더 수비적이고 소극적이었을 것이고 도전적이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는 또다른 특징이 있었다. 리더와 생각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여 도저히 맞추기 곤란해지면 그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결정하고 회사를 떠나서 다른 도전을 하였다. 최근에도 또 다른 도전을 위하여 신규 스타트업에 중역으로 참여한 것을 보면 그의 도전 정신은 여전한 모양이다. 나도 그의 그런 모습을 약간은 닮아가서 인지 회사를 조금 일찍 스스로 떠나게 되었다. 떠난지 이제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일보후퇴 상황인데, 곧 이보 전진할 기회를 찾지 않을까? 그로부터 제대로 배웠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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