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 하나
당신의 여름은 지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여전히 강한 태양빛을 견디면서 에너지를 발산 할 수 있는 한 여름인가? 이미 오래전에 규정된 계절의 구분 방법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계절을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거울을 보면 완전히 늙어버린 얼굴이고 피부는 늘어져 버렸는데 무슨 나만의 계절 타령이냐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자신의 삶의 계절은 가능하면 스스로 정의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벌써 5월 중순이다. 여름이 임박했다. 한 낮의 태양은 이미 너무 뜨겁다. 어제 얇은 셔츠를 입고 오후의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산책을 했더니 어깨가 찜질팩을 내내 올린 느낌이 들 정도로 뜨끈뜨근 했다. 이제 거의 여름이다. 통상 북반구에서는 여름이 6월에서 8월까지이다. 우리 나라도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북반구에 속하기 때문에 거의 비슷한 시기에 여름을 겪는다. 절기상 여름의 시작은 입하(立夏)로 양력 5월 5일에서 6일에 해당한다. 이 시기가 태양의 황경(黃經)이 45도에 이르는 때이고 이때 여름이 시작된다고 한다. 황경은 태양이 황도(黃道)상에서 차지하는 각도를 의미한다. 그리고 황도는 지구에서 보는 관점에서 태양이 우주를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를 의미한다. 태양은 황도상에서 약 365.25일 동안 한 바퀴를 돌며, 이 동안 태양의 위치는 계속 변하게 된다.
아무튼 지구의 각 지역에서 보는 시점에서 태양의 각도는 지구의 기울기와 공전 궤도에 따라 변화하는데, 지구의 한 영역이 태양을 향해 면해있는 경우 해당 지역은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 빛과 열을 받게 되어 온도가 상승하고, 반대로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는 경우에는 온도가 낮아진다. 다시 말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빛과 열을 지구로 보낼 수 있는 각도가 되면 지구의 해당 영역에 온도가 올라가게 되고 따라서 그 지역의 계절이 봄에서 여름이 되는 것이고 열기가 줄어드는 각도로 다시 접어 들면 여름에서 가을로 그리고 다시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여름의 시작일을 9일간 일평균 기온의 평균값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정의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통상 여름은 북반구는 6~8월이다(남반구는 12~2월). 물론 절기로는 입하(5월 5~6일)부터 입추(8월 7~8일)까지를 여름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시작되어 지속되는 6월부터 8월까지를 여름이라고 여긴다. 2024년도 여름은 절기상으로는 이미 시작되었지만, 우리가 실질적으로는 6월이 되야 진짜 여름이 되었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5월은 봄의 느낌이 여전히 강하다. 신록의 계절 혹은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달이 5월이 아닌가? 아무리 더워도 여전히 5월은 여름에 어울리는 달은 아닌 것 같다.
사실 봄과 여름을 구분하는 것은 참 애매하다. 그냥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변화일 뿐인데 인간이 자기들의 편의상 절기로 구분해 놓은 것 뿐이기 때문이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세운 기준에 따라서 날을 지정해서 그날부터 여름이라고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여름이라고 칭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들은 거의 아무런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 종이에 섬세하게 숫자를 인쇄하여 가상의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것을 과일과 집 그리고 금덩어리와 같은 실질적 가치가 있는 현물과 교환한다. 인간들끼리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그 섬세하게 인쇄된 종이는 강력한 신용을 바탕으로 한 문화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가치 교환 수단이다. 그리고 그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그 인쇄물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고 그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계절도 마찬가지로 인간 사이의 약속일 뿐이다. 인간 이외의 그 어떤 동물도 사계절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계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여 구분한 것은 그냥 재미 삼아서 한 것은 아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 작물을 심고 관리해야 하며, 이는 인간의 생명 유지와 직결되므로 계절을 매우 섬세하게 살피면서 그 변화에 따라서 삶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신용을 바탕으로 화폐를 만들어서 사용한 것도 편리한 가치 교환 수단을 활용하여 교역을 더 자유롭게 하고 가치를 용이하게 저장하기 위한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삶을 더 편하게 하고자 만들어 낸 개념이다. 이렇게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문명을 지속시키기 위하여 절기가 만들어졌고 그에 따라서 봄이 끝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여름이 시작되는 것으로 서로 받아들이자고 합의가 된 것이다.
인간은 삶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 봄은 태어나서 한창 자라는 청소년시기까지 이고, 여름은 젊음이 만개한 활력있는 청년의 계절로 묘사된다. 가을은 성숙한 중년의 시기이고 겨울은 인생을 마감하는 노년의 시기로 설명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름은 젊음의 계절 그리고 청년의 계절이다. 여름을 이야기하면서 빠지지 않는 장면은 젊은 남녀로 가득한 해변이다. 활력에 가득찬 젊은이들이 파도를 타고 수영도 하면서 그야말도 그들의 계절을 만끽한다.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견디면서 신체 활동을 역동적으로 할 수 있는 한창의 체력을 가진 사람들만이 무더운 여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너무 어린 아이도 여름을 제대로 즐기기 충분한 힘을 가지지 못하며, 나이가 든 50 이후의 사람들 또한 무더위 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40대만 되도 이미 숨을 헐떡 거리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50대 혹은 60대이지만 아직 한창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맞다. 하지만 맞지 않기도 하다. 왜냐하면 개인별로 어떻게 삶을 살아왔느냐에 따라서 같은 50대 혹은 같은 60대의 연령이라고 해도 한창 여름인 사람이 있고 이미 늦가을에 접어든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50대 후반 혹은 60대에 이미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안타까운 소식으로 평소에 거의 하지 않던 산행을 하다가 심정지로 사망한 50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론 하산 중에 실족사했다는 기사도 자주 나온다. 사고의 이유는 다양했지만 어떤 희생자는 분명히 다리가 풀렸기 때문에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아무튼 다른 피할 수 없는 사정이나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런 '희생자'들은 자신의 신체적 삶이 늦가을에 이미 접어 들었지만 '여름'인 줄로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생각하는대로 이니 스스로 나이 먹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젊게 생각하고 젊게 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좋은 말이다. 이런 말은 늘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라는 의미가 내포된 따뜻한 말이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듣고 되지도 않는 체력으로 젊은이 흉내를 내다가 곤란한 지경에 빠지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실족사와 심정지를 기억하라. 당신의 주변을 돌아보면 그런 희생자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특히 실족사는 드물지만 심정지는 드물지 않다. 심정지(심근경색, 등)로 인한 사망을 두려워 하라는 것이 아니라 과유불급의 상황을 스스로 초래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자신의 현실을 보고 몸을 쓰라는 말이다. 물론 내게 하는 말이다.
過猶不及은 결국 중용을 의미한다. 중용은 논어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가운데 中자가 들어갔다고 무조건 무리를 하지 않고 적당히 중간만 하는 것이 중용은 아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이 중용이다. 따라서 희노애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용이다. 기쁘면 적절히 기뻐하고 화가 나면 무조건 참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화도 내야 하고 슬프면 역시 울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시의 적절한 반응을 하는 것이 중용이다. 물론 당신의 삶의 계절이 어디쯤인지 잘 살펴서 그것을 인식한 후에라야 중용을 지키면서 당신의 계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당신 삶의 계절이 지금 여름인지 혹은 가을 초입인지, 아니면 나이는 초가을인데 체력은 겨울에 접어들었는지는 자신이 잘 파악을 해야 한다. 남자라면 간단하게 팔굽혀 펴기만 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턱걸이를 제대로 한 개라도 할 수 있는 체력이라면 그래도 초가을은 될 것이다. 그러나 30대 후반만 되도 이미 증가한 체중, 감소된 근력 때문에 몸을 이상하게 뒤틀면서 배를 튕기지 않으면 턱걸이를 하나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반면 평소에 꾸준한 관리를 한 사람은 나이가 40 혹은 50이 되도 정자세로 턱걸이를 하기도 한다. 물론 턱걸이를 정자세로 10개를 해도 이미 나이가 먹었기 때문에 피부에는 주름이 지고 얼굴에는 팔자 주름이 갔을 것이다. 아무리 잘 봐줘도 그런 상태라면 외적인 육체적인 나이를 여름으로 처주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설사 그의 체력이 여름이라도 생각이 가을이나 겨울이라면 그의 진정한 삶의 계절은 역시 결코 여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의 여름은 지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여전히 강한 태양빛을 견디면서 에너지를 발산 할 수 있는 한 여름인가? 이미 오래전에 규정된 계절의 구분 방법에 연연하지 말고 나만의 계절을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거울을 보면 완전히 늙어버린 얼굴이고 피부는 늘어져 버렸는데 무슨 나만의 계절 타령이냐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자신의 삶의 계절은 가능하면 스스로 정의하면서 삶을 이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계절은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해도 이젠 여름은 아니고 가을이 맞는 것 같다. 내 계절에 맞는 생각과 움직임으로 나의 계절을 채워 나가야겠다. 중용(中庸)을 지켜가면서 말이다. 그래도 아직 겨울은 아닌것이 행복할 뿐이다.
만약 당신의 계절이 아직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름이라면 2장의 글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2장은 젊은 아직 인생의 여름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