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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glecs May 05. 2024

갬성 카페

당신의 휴식 공간을 찾아서





'갬성 카페'의 탄생 


 꽤 오래전부터 감성 카페가 유행을 시작했고 이젠 전국 어디에서나 그런 카페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감성 카페'라고 하면 될 것을 사람들은 굳이 '갬성 카페'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사실 '감성'이라는 단어 보다는 '갬성'이 더 강렬하고 독특한 느낌을 주는 표현이니 꽤 적절하게 변형시킨 표현같기도 하다. 


 '갬성 카페'는 아마도 십수년 전 정도부터 유행하지 않았을까? 가장 유명한 SNS 플랫폼인 페이스북이 창업된 시기는 2004~2005년도이다. 이런 통로를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수억명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은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가 점차 안드로이드 폰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인스타그램을 사용할수 있게 되면서 전 지구인의 SNS 플랫폼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IT 강국인 한국인들의 휴대폰에는 거의 인스타그램이 깔리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의 본격적 활성화와 함께 SNS 갬성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인스타 갬성' 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이니 결국 '갬성 카페'는 인스타의 절대적 수혜를 입은 사업 형태라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이 본격 서비스가 이후 SNS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자랑?)하고, 사진찍기 좋은 장소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따라서 '감성'을 뛰어넘는 '갬성적' 분위기가 있는 카페들이 인기를 얻게 것이다. 


 다들 봤겠지만 이런 카페들은 인테리어 그리고 특히 음료의 맛보다는 외적인 측면(비주얼)에 신경을 더 쓴다. 물론 대부분 맛이 있기도 하다. 아무튼 소위 눈으로 예뻐야 하는 음료가 필요한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그 화려한 색은 SNS 속 당신의 '근황 사진'을 더 빛나기하기 위한 목적이 되었다. 음료잔도 마실 음료를 담는 원초적 기능을 완전히 뛰어 넘는 '갬성'을 제공해야 하게 되었다. 맑은 투병의 유리잔은 음료의 안전하고 깨끗한 상태를 구분하기 위한 기본적 기능은 거의 퇴화 되었고, 화려하게 섞이고 층층이 배열된 각종 색상을 예쁘고 화려하게 보여 주는 기능으로 진화 되었다. 사진이 잘 나와야 하니 말이다.    




사람들이 갬성 카페를 쫓는 이유


 사람들은 왜 갬성 카페를 쫓을까? 먼저 '경험'을 얻기 위해서 것이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는 특별한 경험을 있다. 독특한 분위기 그리고 분위기에 맞는 편안한 음악, 아늑한 조명, 빈티지 가구로 가득한 화려하고 때로는 우아한 인테리어, 등을 통해서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동시에 휴식과 여유를 찾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스타그램등과 같은 SNS 활동을 통하여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서 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의 사진을 공유(자랑)함으로써 자신의 현상황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내가 잘 지내고 있음을 말이다. 비록 잘 지내고 있지 않고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해도 SNS 속에서는 아름답고 싶고 편안하고 싶은 것이고, 그런 모습으로 나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런 행위를 비난하는 것은 아니고 비난할 필요도 없다. 옛날에 필름 사진을 찍었을 때도 잘 나온 사진은 동료에게 자랑했다. 상당히 아날로그적이긴 하지만 연배가 있는 분이라면 사진 앨범을 가졌던 적이 있을 것이고 그중 잘 나온 사진은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랬었다. 인스타갬성의 80~90년대 버전일 것이다. 결국 그때의 사람들도 동일한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 단지 출구가 달랐을 뿐이다. 


 따라서 요즘 세대가 SNS에 빠져서 인스타 놀이에 빠진 것은 결국 그들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80년대에 인스타그램이 있었다면 아마 갬성 카페는 그때 개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로는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와 비교하여 너무 급속히 변한 환경 속에서 너무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매여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조용한 장소를 찾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는 24시간 업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완벽한 목줄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채워졌다. 요즘은 손목에도 채워져서 이메일과 SNS 알림을 수시로 진동으로 느껴야 한다. 그렇게 외부의 압력에 시달리면서 일주일을 보내다가 휴일이 되거나 휴가를 갖게 되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갬성 카페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장소로 인식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좀 '갬성'이 떨어지는 이유일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느끼는 시각적 매력 또한 많은 사람들의 재방문을 유도할 것이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장식은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고 이런 시각적 매력 혹은 자극은 뇌리에서 지워지기 어렵다. 따라서 같은 곳을 재방문하거나 다른 '시각적 매력'을 풍기는 곳을 찾아서 유람을 떠나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 몇 곳을 그런 식으로 방문했다.  




카메라타, 나의 갬성 카페


 많은 사람들이 찾는 파주의 카메라타를 내가 처음 갔을 때의 나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24시간 메여서 옴짝 달싹 못하고 일을 했다. 카메라타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는 잠깐의 여유를 부리는 도중에도 쇄도하는 이메일을 보고, 보고가 필요한 자료를 다시 손봐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잠시라도 카메라타의 아늑한 분위기속에 잠겨있고 싶었다. 그곳이 내게 큰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카메라타는 여기서 이야기하는 '갬성 카페'는 아니다. 그러나 내겐 갬성 카페였다. 


(헤이리. 카메라타. 옛날에 찍은 사진이다. 최근엔 의자의 방향을 모두 스피커 쪽으로 돌린 것 같다)



 사람들이 '갬성 카페'를 찾는 목적은 결국 삶의 여유를 찾고 동시에 내가 찾은 여유로운 상황을 밖으로 보임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일 것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너무 과하게 중독되어 그런 곳만 유람하듯이 찾아다니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꼭 어디로 가야만 여유를 찾는 현실부터 개선하는 것이 진정한 당신의 여유를 찾는 지름길이 아닐까? 그렇게 좋은 곳을 많이 가봤고 즐겨봤으면 당신의 집을 먼저 정리하면 어떨까? 집에서는 도저히 안된다고? 그래도 일단 해 보길 권한다. 아무리 집이 작아도 정리정돈하면 차 한잔 편하게 마실 공간은 마련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당신의 공간은 당신의 것이고 당신의 책임하에 있다. '갬성 카페'에서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없다. 가능하면 실제로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갬성' 충만하게 만드는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갬성' 없이 찬물을 끼엊어서 미안하다. 사실 이 말을 하기 전에 내 공간부터 정리를 좀 더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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