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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Sep 22. 2024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8)

작년 추석에는 친정에 가기 전에 손윗 형님의 언행 때문에 거의 울다시피 하며 친정에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친정만 방문해서 밥만 먹고 시댁에 가는척하며 집으로 왔다.

친정엄마와 여동생에게는 나의 상황을 명절 이주일 전에 대략적으로 얘기했다.

어느 친정부모님 마음이 다 그렇듯이 친정엄마는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여동생도 말은 안 하지만 속상해하는 눈치였다.

남편은 친정엄마와 여동생을 볼 낯이 없다고 했다.

이 주 전에 얘기를 하며 친정엄마와 여동생을 진정시키고 씩씩하게 잘 이겨낼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을 모르는 친정아빠는 시댁에 드릴 과일과 소곡주를 사서 남편 손에 쥐어주었다.

남편은 나에게 또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우리 부부는 이번 명절에 당직근무를 하게 되었다.

시댁에 남편이 당직근무를 한다고 하니, 남편에게 농담반 진담반으로 거짓말하지 말라며 남편이라도 와서 자고 가라고 얘기를 하셨다고 한다.

남편은 이 언행에 또 화가 나서 시어머님이랑 한바탕 말싸움을 했고, 듣는 나는 또 숨이 막혀왔다.

남편은 명절에 당직근무로 새벽 다섯 시 반에 출근을 해야 했는데 말이다.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또 아주버님이 왔다며 집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 문자를 받고 남편은 당일에는 나에게 얘기하지 않더니, 다음날 칵테일 한잔 하며 나에게 얘기를 해줬다.


본인도 부모님께 서운한 게 많다고.

단지 얘기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우리 둘만 잘살면 되니 본인 부모님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해결하는 건 내 몫이라고.


든든했지만 든든하지 않은 그런 느낌....?



진작 방패막이되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노력해 준 건 알고 있지만

남편 역시 부모님께 큰소리 못 내는 착한 아들인 걸 나는 알고 있었기에.

노력해 주는 거에 감사해야지 하고 알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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