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6)
남편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집에 와서 나를 다독이며 우리 부모님이지만 아픈 며느리를 그렇게 다그치는 것부터
신경 써서 사 온 선물을 다시 갖고 가라고 얘기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다며 나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 위로조차 나에겐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 모든 행동이 나에겐 상처가 되었을 뿐.
너무 잘하려고 했던, 며느리 도리를 자처했던 나의 잘못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이후 며칠이 지난 후, 시댁에서 주말 아침 남편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이 입원했으니 전화도하고 마음을 보이기 위해 일정금액을 이체하라는 것이었다.
남편은 내가 자는 사이 부모님에게 엄청난 화를 내고 있었다.
가족끼리 전화는 할 수 있으나 부모님이 마음을 보이라며 일정 금액을 이체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남편 사고방식에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이니 가만히 있었다.
한편으로는 나는 본인들 때문에 반년 넘게 아픈데 유별나고 아픈 걸 이해 못 하시는 걸 보면서
서운하기도 했는데, 그 또한 내가 한 귀로 듣고 흘리는 것을 못해서 내가 아픈 건가 싶기도 하고...
양가 도움을 받지 않고 일궈낸 우리의 첫 신축아파트 집 장만을 평수가 작다며
주변에는 큰 평수라고 거짓말하고 다니신다고 당당하게 며느리 앞에서 말씀하시는 시어머님을 보며
더 큰 평수로 청약을 넣지 못한 내 탓인가.. 아니면 돈을 더 벌지 못한 내 탓인가 자책하는 나를 보며
더 이상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남편 생각도 동일했다.
남편은 본인이 중간역할을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본인과 부모님과의 관계가 먼저 온전치 않음과 동시에 그 관계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가족이 생겨 이 분란이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부모님의 사고방식을 바꿀 수 없음을 인정했고, 이 관계가 지속될 시 우리의 관계가 파탄 나던지, 내가 병이 더 심해지던지 할 것 같다며 핸드폰에서 부모님 번호를 차단시켰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