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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Sep 22. 2024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7)

기존의 무기력함과 어지러움 증상과는 다른 우측 하복부 복통이 시작되었다.

이상해서 내과를 방문했으나 내과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한동안 방치했다.

하지만 날이 가면 갈수록 빈혈과 복통이 심해져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기존 갖고 있던 우측 자궁근종 3cm짜리가 5cm로 2개월 만에 2cm가 자라난 것이었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요즘 젊은 사람들 스트레스가 심한가 이렇게 빨리자라면 안되는데~.."

복강경수술이나 개복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켜보자는 선생님의 말에 또 왈칵 눈물이 났다.

물론 다른 원인들이 많을 수도 있지만, 그동안의 받았던 스트레스들이 물밀듯이 생각났고,

나의 결혼생활이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이렇게 힘들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나는 "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남편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럼 우리 서류상으로만이라도 이혼하고 동거만 할까?"라고 물었다.

나의 힘듦을 알아달라는 뜻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한 얘기였는데, 남편은 꽤나 상처받은 말이었다고 한다.

정말 그 정도로 나는 견디기 힘들었다.

나의 몸도, 마음도, 내 성격상 한 귀로 듣고 견디고 흘리기 힘든 나날이었고

연락강요도, 아무도 따스한 말 한마디 안 하는 곳에서 도리를 바라시는 것도.

차라리 남편과 성격차이나 문제가 있으면 둘이 해결을 할 텐데 어른들과 앉아서 대화를 하기 힘든 환경이니

내 자의로 해결을 할 수 없는 문제이니 너무나 힘이 들었다.

평소 대인관계가 힘든 성격이 아닌데, 시댁 관계는 정말 너무 견디기 힘들었다.

종갓집인 우리 집에서 어른의 전화를 차단하고 인연을 끊는다는 것은 

K-유교걸인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지금 내가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이 들었다.


다른 집처럼 편하게 만나고, 딸 같은 며느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왜 아들에게도 바라지 않는 도리를 바라며, 비교를 하시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시며,

바라시는 게 큰 걸까.. 대놓고 왜 말씀을 안 하실까. 왜 형제들을 비교를 하실까......

라며 수많은 밤 나를 자책하고, 남편과 수없이 대화하고, 수없이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내가 다니는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서도 거의 반년 넘게 히스토리를 들으시곤

"배우실만큼 배우신 분이고, 정답을 아시는 분이 왜 저한테 정답을 찾으시는지 모르겠네요.

분리하세요. 분리하셔야 선생님이 살 수 있어요."

라고 말씀하셨다.

나만 그걸 부정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 혼자서 며느리 도리를 자처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이번 추석 전, 나는 수없이 내 휴대폰 목록에서 시부모님을 차단을 해제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결국은 이번 추석은 방문도, 연락도 하지 않은 채로 명절을 보냈다.

나의 마음은 굉장히 불편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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