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씨 Sep 22. 2024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5)


그 후 근무하는 내내 과호흡, 소화불량,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멈추지 않았다.

동네 정신건강의학과는 전부 예약제로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주 토요일 아침, 똑같은 증상으로 나는 참을 수 없었고 무작정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첫 번째 방문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퇴짜를 맞았고, 두 번째 방문한 곳에서는 다행히 1시간 정도 기다리면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질문지를 작성한 후 무작정 기다렸다.

진료를 보러 들어간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다행히 질문지 작성 후 의사 선생님께 할 말에 그동안의 상황과 증상을 일목요연하게 작성한 덕분인지 

두서없는 얘기 해도 의사 선생님은 이해한다는 듯 처방을 내려주시고, 일주일 후에 병원 예약을 잡게 되었다.


추웠던 겨울날의 주말 아침,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왜 이렇게 더 추웠던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돌아온 집에는 뿌리치고 갔던 남편이 있었다.

남편에게 의사 선생님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해주었고, 듣던 남편은 깊은 한숨과 눈시울이 빨개졌다.


약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고, 

한동안은 시댁과의 연락도 전부 끊었고, 내 뇌리 속에서 계속 곱씹었던 그 내용들도 서서히 잊혀갔다.

남편이 시댁에 내가 본인들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얘기를 했지만, 그 누구도 괜찮냐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이 나에게 시댁식구 그 누구도 연락 오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종종 내용을 곱씹고는 있었지만 연락이 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마음은 편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니고 안정을 찾을 때쯤, 시어머님 생일이 다가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중,

그래도 기본 도리는 하자며 남편에게 갈 수 있다고 얘기하고, 떡케이크를 예약하고 방문하게 되었다.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들어서자마자 시아버님은 "뭐가 그렇게 서운했냐"며 다그치셨고,

나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왈칵 눈물부터 났다.

그 자리에서 할 말을 했었어야 했는데. 눈물만 났다.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밥만 먹었다.

어머님은 그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지 가져온 케이크를 다시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때 깨달았다. 나의 마지막 도리는 끝났다는 것을.


이전 04화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