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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Jul 16. 2024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다.(3)


그렇게 은연중에 시간이 흘러가던 중 여름이 금방 찾아왔고, 남편 생일의 달이 되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었는데 전날 새벽 갑자기 몸상태가 좋지 않더니 열이 39도까지 끓기 시작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했고 나 혼자 응급실에 갔는데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게 되었다.

확진 판정이 나고 열이 계속 내리지 않아 정신이 혼미하던 중 남편이 조퇴를 하고 집에 왔다.


집에 와서 간병하던 중 남편 생일이라 시댁에서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열이 계속 나는 바람에 정신이 혼미하던 중 휴대폰 너머로 전화내용을 듣게 되었는데

"걔는 왜 이렇게 자주 아프니. 생일인데 너라도 밥 먹으러 와라."

"엄마, 루씨 열이 안 떨어져서 너무 심하게 아프니까 다음에 같이 갈게요."

라고 전화 끊는 소리가 들렸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남편 휴대폰이 또 울렸다. 시아버님이었다.

"그래도 생일인데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너 혼자 밥 먹으러 와라"였다.

나는 그 전화소리를 듣고 거의 오열을 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며느리가 아무리 남이라지만.. 사람이 아픈데 어떻게 걱정한마디 안 하시는지 궁금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베개를 다 적실정도로 눈물을 쏟고 기운이 빠져서 다음날까지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에 실려갔다.

물론 남편은 너무 미안해했지만 남편도 너무 미웠다.


남편 손에 이끌려 병원에 실려가 수액을 맞으려 주삿바늘을 꼽고 있는데 또 내 휴대폰이 울린다. 시아버님이다.

남편에게 전화를 받자마자

"걔는 너네 형수 하는 것처럼 전화도 좀 하고 엄마한테 반찬 좀 해달라고 하고 하지"라는 말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내내 남편과 말을 하지 않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수액을 다 맞고 열이 어느 정도 잡힐 때쯤 병원을 나섰고 남편과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밥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쯤 지나고 몸이 회복되었을 때쯤, 나는 남편과 저녁을 먹으면서 대화했다.

내가 왜 시댁에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며 물론 부족한 건 많지만 오빠랑 그렇게 차이나는 결혼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건지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아니라 표현 방식이 그렇다는 답변이었다.


남편은 내가 아프고 나서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바로 다음날 시댁에 혼자 다녀와서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고 한다. 결론은 부모님은 내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를 못 하시는 상황.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시댁에 일절 먼저 연락 및 명절 생신 제외하고 방문하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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