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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Jul 16. 2024

MZ며느리의 공황장애 극복기

결혼은 둘만 좋아서 하는게 아니었다.(2)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우리는 양가 집에 방문했다.

우리는 예단 예물을 따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가 신경이 쓰이셨는지 우리 돌아오는 날에 맞춰

며칠 전부터 이바지음식을 준비해 주셨다.


이바지음식을 갖고 시댁으로 갔는데 어머님이 왜 이런 걸 준비했냐며 당황해하셨다.

큰 애 결혼할 때도 이런 거 안 했는데 이런 거 가져오면 어떻게 하냐고 하셨다.

나는 엄마가 어떻게 준비한 건지 알기 때문에 속으로는 눈물이 났지만 저희 부모님이 잘 준비해 주신 거니까 받아달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님은 우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걸 왜 준비하셨냐고 얘기하는 부분에서 나는 이바지음식을 시댁으로 갖고 온걸 너무 후회했다.

이바지음식의 반을 우리에게 다시 싸주시는 걸 보고 내심 서운했지만

고마움의 표시를 잘 못하시는 분이구나 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며칠 후 나는 시부모님과 함께 식사할 일이 생겨서 시댁 근처 장어집에 갔다.

앉자마자 시아버지는 나에게 "서운한 게 있으면 말해서 풀고, 자주 봐야 식구 되지"라는 말을 남기셨다.

너무 대뜸.

내가 뭘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드셨나 보다 생각하고 대답을 하고 묵묵히 밥만 먹고 왔다.

생각해 보니 아버님은 그렇게 툭툭 무심결에 말씀을 내뱉으셨다.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은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라는 말이다.


이후 아버님은 나에게 종종 문자를 보내셨고 연락을 자주 바라시는 것 같아

날씨가 궂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남편이 전화를 안 해도 알아서 전화를 드렸다.


남편은 아버님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업무 상 거의 외부에서 사셨던 아버님은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고 만나도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심 모르게 '내가 더 잘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은연중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던 나는 정말 오랜만에 휴무에 가장 오래된 친구인 A를 만나러 갔다.

A와 식당에서 만나 음식을 주문하던 중 걸려온 아버님의 전화.

아주버님과 형님이 왔으니 남편 퇴근하면 시댁으로 오라고 하셨다.

"아버님 죄송한데 제가 지금 오랜만에 B도시에 와서요. 오빠 끝나면 시간 맞춰 갈 수 있으면 꼭 갈게요!"

라고 말씀드렸는데

"오라면 와"라고 하시고 전화를 끊으셨다.

전화를 받는데 가장 오래된 친구 앞에서 눈물이 솟구쳤다.

'내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사람인가?'라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렇게 친구 앞에서는 괜찮은 척을 하고 잠깐 나와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오빠, 아버님이 아주버님이랑 형님 왔다고 오빠 끝나면 오라고 하시는데, 나 지금 A 만나러 B도시라고 말씀드렸더니 오라면 와하고 끊으시는데? 오빠한테 전화 왔어?"

"아니 나한텐 안 왔는데..? 내가 전화해 볼게"


남편도 내가 울면서 전화하니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그렇게 친구 A와 오랜만에 만났으나 허심탄회한 얘기는 하지 못하고 친구는 나를 걱정하며 빨리 가봐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며 위로해 줬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집에 와서 남편에게 물었다.


"왜 오빠한텐 전화 안 하시고 자꾸 나한테 전화하셔서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는 거야..?"


남편은 어머님께 전화했더니 그런 의미로 전화한 게 아니라고 하셨다고 한다. 올 수 있으면 오라고 전화하신 거라고 하시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게 전혀 아니었는데...



그렇게 나의 심적 스트레스는 점점 극도로 치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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